[암과의 동행] 자궁경부암 차단 “서두르세요”… 내년부터 국가 필수 예방접종 리스트에 추가

입력 2015-10-19 02:20 수정 2015-10-19 19:18
2016년도 국가필수예방접종에 만 12세 여아를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백신이 추가될 예정이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강은희(37·가명)씨는 초등학교 6학년 딸을 가진 열성엄마다. 과외, 학원 등 다른 아이가 하는 거라면 뭐든지 우리 아이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그녀는 개학 후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뜻밖에 전화를 받았다. 아이가 초등학교 5∼6학년에 받아야 할 필수 예방접종을 모두 받지 않아 걱정된다는 당부 전화였다. 예방접종은 모두 만 12개월 미만이면 끝나는 줄 알았던 은희씨는 아이 성적에만 신경 썼지 정작 중요한 건강 문제에는 소홀한 엄마처럼 보인 것 같아 부끄러웠다.

아이가 작은 병에라도 걸리면 마음 아픈 것이 부모 마음이다. 올 해 초 메르스가 한 차례 전국을 쓸고 지나가면서 아이의 면역력 강화나 예방접종에 부모의 관심이 더 높아졌다. 정부 역시 감염성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 영유아의 예방접종률을 향상시키고 가정마다 발생하는 양육비의 부담을 덜고자 만12세 이하를 대상으로 예방접종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국가필수예방접종 사업을 지난 2009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현재 지원되고 있는 국가필수예방접종은 총 11종으로 그 수도 많고 접종 시기도 모두 다르다. 표준예방접종 일정에 따라 접종을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니 예방접종을 하러 병원이나 보건소에 방문했을 때 다음 차수에 대한 예방접종일정을 참고해야 한다. 특히 영유아(0∼2세)때의 예방접종률은 86%에 달할수록 높지만 아이가 자랄수록 추가 접종률이 낮아진다. 자연스럽게 아이가 자라면서 면역력이 높아진다고 보거나 앞선 사례처럼 자녀가 성장한 이후에 접종 자체를 잊거나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사실 필수예방접종이 사람끼리의 감염을 예방하는 것이 주된 목적인만큼 유치원이나 보육시설, 학교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유아와 초등학생 역시 예방접종을 통한 질환 예방에 신경 써야 한다. 질병관리본부 역시 자녀의 기존 접종 기록을 확인하고, 필요한 예방 접종을 항체 효과를 최대로 올리기 위해 접종 시기에 모두 완료해 줄 것을 당부했다.

유치원이나 보육시설에 다니는 만 4∼6세 어린이는 기초 접종으로 형성된 감염병에 대한 면역력이 점차 약해지는 시기로 MMR(2차), DTap(5차), 폴리오(4차), 일본뇌염(사백신 4차)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 ‘예방접종 확인사업’을 통해 대부분 추가접종 4가지를 완료하고 입학하지만, 일부 미 접종인 학생들은 빠진 예방접종을 방학 동안에라도 마쳐야 한다.

초등학교 5∼6학년도 필수 예방접종 목록을 챙겨야 하는 시기다. 이 때는 Td(파상풍/디프테리아 예방 백신) 또는 Tdap(6차,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예방 백신), 일본뇌염(5차) 예방접종이 필수 권장된다.

국가필수예방접종 사업을 확장하는 정부의 노력에 따라 내년에는 소아 시기 접종해야 할 필수 예방접종이 하나 더 늘어난다. 정부는 2016년 예산안에 만 12세 이하어린이 무료 접종 항목에 만 12세 여아를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백신을 추가하는 등 어린이를 대상으로 총 12가지 예방접종을 전액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자궁경부암의 발생 원인으로 알려진 인유두종바이러스(이하 HPV, Human papillomavirus)의 감염을 예방한다.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 가임기 여성 중에서 여성암 사망률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매 약 2분마다 1명의 환자가 사망하고 있을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이다.

정부의 자궁경부암백신 국가필수예방접종 등록은 최근 청소년의 첫 성경험 연령이 빨라짐에 따라 자궁경부암 환자에서 만 35세 미만의 젊은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늘어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자궁경부암에서 35세 미만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 1990∼1992년 6%에서 2005∼2006년 11.3%로 증가했다. 자궁경부암백신은 자궁경부암 환자의 99.7% 이상에서 발견되는 자궁경부암의 주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의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암 예방 백신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현주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HPV질환은 예방과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HPV백신은 HPV 감염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자궁경부암 뿐 만 아니라 관련 다른 HPV 질환까지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공중보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