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맞닿아 있는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는 북·중 간 무역 화물의 70%가 드나드는 교역의 거점이다. 그만큼 북·중 관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지역이라는 얘기다. 류윈산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최근 방북으로 그동안 냉각됐던 북·중 관계가 풀릴 조짐을 보이자 단둥의 분위기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갓 태어난 호시(互市)무역구=15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단둥시 궈먼항 신개발지에 위치한 ‘중·조 경제무역문화관광박람회(북·중 박람회)’장에서 10여분 거리에 ‘조중변민호시무역구’가 처음 개장했다. 호시무역구에서는 북·중 국경지역 20㎞ 이내에 거주하는 양국 주민에게 상품교환 활동을 허용하고 하루 8000위안(약 142만원) 이하 상품에 대해 수입관세와 과징금이 면제된다. 이날 개장식에서 스젠 단둥시장은 “호시무역구 설립은 북·중 우의 발전에 중요한 의의가 있다”면서 “단둥을 북·중 무역과 동북아 물류의 중심지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북한에서는 선양 주재 조선총영사관 김영남 부총영사가 참석했다.
호시무역구의 개장식이 열리긴 했지만 아직은 중국 쪽에서 더 적극적인 편이다. 현재 북한 상점은 한 곳도 들어서지 않았다. 두안무하이젠 호시무역구 부총재는 “당국에서 1차로 허가받은 40∼50개 북한 기업이 내년 4월에야 1차로 들어올 것”이라며 “북한 기업의 주요 품목은 송이 인삼 등 농산물과 해산물”이라고 소개했다.
◇활기 찾은 북·중 무역박람회=북한과 중국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박람회 개막 첫날인 이날 오전 9시 박람회장의 문이 열리자 기다리고 있던 손님들이 쏟아져 들어갔다. 올해로 4회째를 맞지만 북한이 400여명에 100개 기업을 파견하는 등 예년과 달리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박람회장 곳곳에서 북한 직원들은 중국인을 상대로 물건을 팔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한 박스에 100위안(약 1만7800원)인데 같은 조선말을 쓰는 사람이니 100위안에 두 박스 드리겠습니다.”
‘100% 천연 니코틴 해소제’라는 흥미로운 광고에 얼마인지를 묻자 직원은 ‘금연영양알’의 값을 깎아주겠다며 흥정을 시작했다. 직접 개발했다는 금연연구소 이연옥 소장은 “세계적인 특허를 갖고 있는 제품”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북한 기업들은 이번 박람회에 의류 식품 민속품 의약품 등 10여개 품목을 선보였다. 단둥해관(세관)은 박람회장인 궈먼항 광장 뒷마당 건물에 임시 해관을 설치해 양국 업체들이 가져온 상품의 통관을 돕는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을 했다. 박람회에는 북한과 중국 외에도 대만 파키스탄 몽골 이집트 러시아 등 10여개국 기업도 참가했다.
◇황금평 건설도 진전, 북·중 관계 훈풍 부나=이날 오전 찾은 황금평은 지난 5월과 달리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북한이 중국과 공동으로 전체 14.4㎢에 이르는 경제특구로 조성하기로 했던 황금평은 2011년 6월 착공식을 가졌지만 그동안 지지부진했다. 5월 당시 ‘황금평 경제구’라는 푯말이 있는 정문 근처 북·중 공동관리위원회 청사로 보이는 10여층 높이의 건물은 타워크레인이 설치돼 건설이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타워크레인은 사라지고 외관을 보면 말끔하게 완공된 상태였다. 이날 건설 자재를 싣고 북한 쪽으로 들어가는 트럭도 목격됐다.
박람회장 출입구 왼쪽에는 ‘황금평 경제특구’ 홍보부스가 마련됐다. 황금평경제특구관리위원회는 “외부적 요인으로 경제특구 개발이 지연됐으나 단둥 시내에 관리위 건물을 마련하고 22개 부문에 걸친 특구 하위법률 초안 작성을 진행 중”이라며 “북·중 경제협력은 중단 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류윈산 상무위원의 방북 이후 북·중 관계는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후 냉각돼온 분위기를 깨고 변화의 조짐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고위급 교류가 재개된 만큼 북·중 경제협력도 탄력받을 것으로 보인다. 북·중 관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북한 핵실험 이후 양국 교역액은 7% 안팎으로 줄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면서 “연말까지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는지 여부가 향후 양국 관계의 정상화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둥=글·사진 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key Word
일종의 자유무역지대인 ‘호시(互市)’에서 이뤄지는 호시무역은 접경지역 주민들이 통행증만으로 자유롭게 왕래하며 이뤄지는 무관세 교역을 말한다. 구한말까지 실시됐다가 일제 강점 후 중단됐다. 이후 2010년 투먼에 호시무역구가 개장됐지만 아직 북한 쪽이 들어와 있지 않다.
[르포] 호시무역구·무역박람회 열리는 中 단둥은 지금… 北·中 무역 다시 훈풍 무역박람회 ‘북적’
입력 2015-10-16 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