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의 추락… ‘매출답보’ 투자 설명회 후 월마트 주가 10.04% 폭락

입력 2015-10-16 02:06

최근 수년간 온라인 업체의 거센 도전을 받아온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가 자사의 성장이 한계에 달했음을 자인했다.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소매유통업의 최대 강자로 올라선 것을 상징하는 사건이라는 지적이다.

월마트는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투자자 설명회에서 내년 1월 말에 끝나는 2015 회계연도의 매출이 ‘제자리걸음’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회사 측은 순매출이 올해 1∼2%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월마트는 또 2017 회계연도의 주당 순이익이 6∼12% 감소할 것이라며 향후 업황도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더그 맥밀런 최고경영자(CEO)는 그 이유로 새로운 사업 환경에 대응하기위한 대규모 투자계획과 올 상반기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 여파 등을 들었다. 월마트는 온라인 매출 증가와 매장 개선을 위해 내년에만 110억 달러(약 12조5950억원)를 투자한다. 종업원 서비스 개선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 계획으로 내년에만 15억 달러가 추가로 든다는 것이다.

임금 착취기업이라는 오명을 받아온 월마트는 지난 4월 올해 종업원 시간당 최저임금을 9달러로, 그리고 내년 2월부터는 10달러로 올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월마트는 지난 8월 2분기 실적 발표 때도 올해 전체 순익 전망치를 낮춘 바 있다.

맥밀런 CEO는 “손님을 초대하기 위해서는 집을 청소해야 한다”며 투자자들이 인내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월마트 주가는 10.04% 급락한 60.03달러로 마감해 17년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유통업 전문 컨설팅업체인 스트래티직리소스그룹의 버트 플리킨저 전무는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도달했다. 오늘을 기점으로 아마존이 월마트를 누르고 가장 빨리 성장하는 유통업체에 등극했다는 게 명확해졌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그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소매업의 강자인 월마트 경영진이 최근에는 온라인 영업 인프라와 배달망 확충에 엄청난 투자를 해 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날 발표를 통해 이러한 노력도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유통업체의 거센 도전에 역부족임을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USA투데이도 “아마존이 월마트의 밥을 먹어치우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실제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지난 7월을 경계로 월마트를 추월한 상태다. 14일 현재 아마존의 시가총액이 2548억 달러인 반면 월마트의 시가총액은 20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월마트의 주가 폭락은 미국 증시에도 연쇄 충격을 줬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57.14포인트(0.92%) 하락한 1만6924.75에 거래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9.45포인트(0.47%) 내린 1994.24에 마감됐다.

유통 공룡 월마트의 부진이 미국 경제의 둔화 우려를 재확인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발표된 9월 소매판매 부진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9월 소매판매는 0.1% 늘어나는 데 그쳤으며 자동차와 휘발유, 건축자재, 식품 등을 제외한 핵심 소매판매는 0.1% 줄었다. 게다가 지난 8월의 소매판매 증가율은 애초 0.2%에서 0%로 수정됐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