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걸린 한국경제] 수출·내수 부진 장기화 우려… 2%대 저성장 시대 오나

입력 2015-10-16 02:09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회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동희 기자
수출 부진과 더딘 내수 회복이라는 두 가지 악재가 사실상 올해 3% 성장률을 무너뜨렸다. 문제는 내년이다. 한국은행은 대외 여건이 다소 호전돼 내년 3%대 초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낙관론에 동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2%대 저성장 시대에 본격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초부터 시작된 수출 부진은 올해 성장률 추락의 전조였다. 1월부터 시작해 9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세를 보이면서 수출을 통한 성장 견인의 연결고리가 끊어졌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 회복이 글로벌 경제를 이끌 것이라는 희망과 달리 중국을 필두로 신흥국들의 경기침체 여파가 예상외로 컸다. 과거 수출 확장을 이끌었던 저금리, 저유가는 최근 들어서는 글로벌 경기 부진을 반영하면서 수출의 양과 질 면에서 모두 악영향을 안겨줬다.

여기에 뜻하지 않게 발발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은 도소매업과 관광업에 직격탄이 되면서 가뜩이나 침체된 내수시장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그나마 3분기에 개별소비세 인하와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등 정부의 소비 활성화 대책이 집중되면서 민간 소비가 메르스 충격에서 벗어나 회복 조짐을 보인 것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한은은 내년에는 내수 부문의 개선 흐름과 글로벌 경기도 점차 좋아질 것으로 보고 3.2% 성장을 예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내외 여건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아 3%대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내년에 미국이 달러 강세와 고용 둔화 등으로 인해 나홀로 세계경제를 이끌어가는 동력 자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중국의 경기 부진은 추세적으로 이어질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내년에 세계경제 회복세가 미약해 우리 수출 여건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내수 회복도 난관에 부닥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정부의 추경, 소비세 인하 등 대책으로 성장 급락세는 막았지만 이는 바꿔 말하면 그만큼 소비의 자체 회복력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저유가가 긍정 요인임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늘지 않는 것은 주거비 부담 및 고령화에 따른 소비성향 저하가 크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실제 한은이 이날 국내총생산(GDP) 구성 항목별로 내놓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건설투자(2.5%→3.3%)를 제외하면 민간소비(2.8%→2.2%), 설비투자(5.6%→4.8%) 등 나머지 내수 부문은 성장세가 지난 7월 전망치에 미치지 못했다.

장기 저성장 시대에 대해 우리 사회가 적극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각국의 성장동력 약화로 과거 경제위기 때처럼 V자 회복이 쉽지 않은 상태”라며 “정부는 저성장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제품 경쟁력 강화와 내부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