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들, 아이돌과 한 무대에 선다

입력 2015-10-16 02:40
‘학교 밖 청소년과 지역 주민을 위한 어울림 콘서트’에서 공연하는 이영노(왼쪽) 김상훈군이 15일 서울 관악경찰서 쉼터인 ‘새실뜨락’에서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 관악경찰서 제공

이영노(18)군은 학교에 다니는 것이 재미가 없었다.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지난해 9월부터 친구들과 다툰 뒤 한두 번씩 학교에 늦기 시작했다. 지각은 결석으로 이어졌다. 결국 벌점이 쌓인 이군은 전학을 선택했다. 친할머니가 있는 강원도 강릉으로 전학한 고등학교에서도 정을 붙이지 못한 이군은 자퇴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군에게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다. 이군은 중학교 2학년이던 2011년부터 보컬트레이닝 동영상을 통해 독학으로 음악을 공부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케이블방송 서바이벌 오디션에 2차례 도전하기도 했다. 음악을 공부하는 데 필요한 용돈을 벌기 위해 새벽까지 치킨집 배달 알바를 하고 있다.

이군이 도전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운 건 한 경찰관이었다. 이군은 오토바이 절도 사건으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다가 관악경찰서 이백형(39) 경위를 알게 됐다. 이 경위는 깊게 반성하고 주말마다 교회에 나가 봉사하기로 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이군에게 좋아하는 일을 찾아주고 싶었다. 무엇을 잘하느냐는 질문에 “노래”라고 답한 이군을 위해 이 경위는 무대를 약속했다.

이군은 아이돌 그룹 비스트의 멤버 손동운과 함께 무대에 올라 가수 임세준의 ‘오늘은 가지마’를 부른다. 6년째 기타를 배우며 가수를 꿈꾸는 김상훈(18)군도 친구 이군과 함께 지난달부터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인 이군은 무대를 선물한 이 경위에게 내년에 기술학교에 입학하겠노라고 약속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제70주년 경찰의 날을 맞아 16일 ‘학교 밖 청소년과 지역 주민을 위한 어울림 콘서트’를 연다.

이 콘서트에는 관악경찰서 직원과 그 가족 700여명, 학교 밖 청소년·직업학교와 검정고시 합격 청소년·SNS를 통해 신청한 일반 청소년 등 청소년 400여명, 봉사단체·서울대학교 청소년 야학 지원 동아리 대학생·북한이탈주민 등 일반인 70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진규 관악서장은 “경찰의 날을 맡아 구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자리로 만들고 싶어 행사를 진행하게 됐고 이군의 무대도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16일 오후 7시부터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문화관 대강당에서 진행하는 콘서트에는 개그맨 이승환과 장동민이 진행을 맡았다. 아미, 노을의 나승호, DJ DOC의 김창렬, 비스트의 손동운, LPG, EXO(첸), 제스트 등의 연예인과 서울경찰 50인 오케스트라가 공연을 할 예정이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