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수 위기 아들 살려주세요” 사우디母, 오바마에 눈물호소

입력 2015-10-16 02:09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청년이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참수형은 물론 시신이 십자가에 내걸릴 위기에 처했다. 청년의 어머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아들 구명에 나서줄 것을 눈물로 호소하고 나섰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뷰에서 사형수 알리 무함마드 알니므르(위 사진)의 어머니 누스라 알아흐메드(아래)는 아들에게 내려진 형벌이 지나치게 야만적이고 전근대적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시아파 이슬람 신도였던 알니므르는 17세였던 2012년 수니파 왕정국가인 사우디에서 시아파도 동등한 종교적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해달라며 시위에 나섰다가 체포됐다. 그에게 내려진 혐의는 시위 참여와 지지 호소, 총기소지 혐의 등이었지만 사우디 사법당국은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알니므르를 참수한 후 시신을 십자가에 내걸어 공개하는 형벌(십자가형)을 선고했다.

알니므르의 어머니는 “정신이 온전하고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어떻게 17세 아이에게 그런 형벌을 내릴 수 있느냐”며 “그 아이는 누구를 다치게도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오바마 대통령은 이 세상의 제일 높은 사람이고 내 아들을 구할 힘이 있다. 누군가를 구하는 것만큼 위대한 일은 없다”며 하소연했다.

앞서 아버지 모하메드가 사우디 우방국인 영국 정부에 아들의 구명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면서 이 사실이 알려졌고 국제앰네스티, 리프리브 등 인권단체는 물론 미국 토크쇼 진행자 빌 마어까지 나서 참수형 집행 중지를 촉구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직접 살만 국왕에게 전화를 걸어 참수형 중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압달라 알무알리미 유엔 주재 사우디대사는 BBC방송에 “국제사회가 우리의 시스템과 사법절차, 법과 규칙을 존중해 사우디 국내 문제에 개입하지 말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유엔인권위원회 이사국이면서도 여전히 태형, 참수형, 십자가형 등의 형벌이 남아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해 8월 이후 현재까지 최소 175명을 처형했으며 사형당한 사람 중에는 18세 미만 어린이와 장애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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