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걸린 한국경제] “모호한 Fed 탓 시장 흔들”… 옐런 의장 리더십도 ‘흔들’

입력 2015-10-16 02:07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이달 기준금리 인상은 물 건너갔고 12월 인상 가능성도 점점 약해지고 있다. 연준 내부에서 재닛 옐런(사진) 의장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모습이 나타나는 가운데 “연준의 모호한 성명서 문구가 시장을 헷갈리게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시장 참가자들의 불신도 커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가 한 달 전보다 0.5% 하락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0.2%)보다 큰 폭으로 떨어져 디플레이션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미국의 소매판매는 0.1% 늘어나는 데 그쳤고, 자동차·휘발유·건축자재 등을 제외한 핵심 소매판매는 0.1% 줄었다. 채권투자회사 스티펠의 수석연구원 린지 피에자는 “지금처럼 기록적인 저유가 상황에선 사람들이 미친 듯 돈을 써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진한 소비와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 24일 옐런 의장은 “연말까지는 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준 이사인 라엘 브레이너드와 대니얼 타룰로는 최근 “연내 인상은 어렵다”는 발언을 했다. 연준 이사회 내에서도 의견이 분열되는 양상이다. 리서치 업체 코너스톤 매크로의 로버트 펄리는 “지역 연방준비은행장들 사이의 이견은 흔하지만 의장과 가까운 이사들이 이견을 보인 것은 드문 일로 내부 의사소통이 혼란에 빠졌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자산 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연준 위원들의 뒤섞인 메시지가 시장의 변동성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찰스 플로서 전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장은 “연준의 성명서가 너무 모호해 화나게 한다(maddening)”고 비판했다. 그는 “(연준이 자주 쓰는 단어인) ‘완만한(modest)’과 ‘온건한(moderate)’의 차이가 뭐냐, ‘다소(some)’와 ‘약간(few)’은 어떻게 다르냐”고 반문하며 “연준의 단어들을 따로 설명해놓은 사전이 필요할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