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나선 바이든이 패자? 민주당 첫 TV토론 선방 힐러리 대세론 불씨 살려-바이든 출마명분 ‘시들’

입력 2015-10-16 03:33

힐러리 클린턴(왼쪽 사진) 전 미국 국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열린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첫 TV토론에서 출마 이래 최고의 2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가장 난처해진 건 당내 지지율 2위 버니 샌더스도, 현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공화당 카운터파트인 도널드 트럼프도 아닌 조 바이든(오른쪽 사진) 부통령이다. 클린턴의 헛발질을 기대하며 ‘대망론’을 저울질하던 바이든의 행보는 갈 곳을 잃었고, ‘힐러리 대세론’은 다시 한 번 탄력을 받게 됐다.

하지만 클린턴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벵가지 테러’를 소재로 한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어 ‘여성 최초 백악관 입성’을 노리는 그녀의 행보는 여전히 험난해 보인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012년 클린턴이 국무장관으로 재직하던 당시 발생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최악의 외교적 실패 사례로 불리는 벵가지 테러를 소재로 한 영화가 내년 초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14일 전했다. 벵가지 테러는 리비아 무장집단이 벵가지의 미국영사관을 공격해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 등 미국인 4명이 숨진 사건이다.

영화의 제목은 ‘13시간: 벵가지의 비밀전사들’이며 내년 1월 15일 개봉 예정이다. 개봉 시점이 미 대선 레이스 초반 승부처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 직전인 데다 ‘트랜스포머’로 유명한 흥행 거장 마이클 베이가 메가폰을 잡아 수백만 관객이 예상되는 만큼 결정적인 타이밍에 그녀를 둘러싼 논란을 되살리며 클린턴의 신경을 긁어놓을 전망이다.

클린턴으로선 첫 TV토론에서 벵가지 테러와 관련해 경쟁자인 샌더스와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사실상의 ‘면죄부’를 받았기에 영화 개봉 전까지 ‘대세론’을 굳히며 치고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됐다. 그런 면에서 클린턴과 민주당 경선의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히던 바이든의 출마 선언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점은 이번 토론에서 클린턴이 거둔 최대 성과로 꼽힌다.

민주당의 베테랑 전략통인 스테파니 카터는 NYT에 “바이든의 (출마 결심을 이끌어낼) 유일한 논거는 클린턴의 ‘폭망’(폭삭 망함)이었지만 (TV토론 결과)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면서 현 상황에서 바이든의 무리한 출마는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 주간 뉴스위크 역시 클린턴이 “민주당 내 바이든을 선호하는 중도 유권자와 샌더스를 지지하는 진보 유권자 모두에게 한발 더 다가갔다”고 평가했다. 가족과 대망 사이에서 머뭇대는 사이에 “‘강성’ 샌더스의 초반 페이스메이커 역할과 ‘선두주자’ 클린턴의 실족을 틈타 무혈입성을 노린다”는 바이든 최상의 시나리오는 물 건너 가 버린 모양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