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예수교장로회는 1938년 9월 10일 평양 서문밖교회에서 열린 ‘조선예수교장로회 제27차 총회’에서 신사참배를 결의했다. 당시는 장로교의 교파가 갈라지기 전이었다. 무장경관들이 예배당을 에워싼 가운데 여러 선교사들이 일어나 “불법결의”라고 외쳤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장로교회가 일본 태양신의 우상 앞에 무릎을 꿇은 비극적인 순간이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소래노회(노회장 김경철 목사)는 15일 서울 구로구 오리로 21세기드림교회(이성용 목사)에서 정기노회를 갖고 77년 전의 신사참배 결의를 취소했다. 1938년 장로교 총회가 열리기 두 달 전에 장로교 8개 노회가 신사참배 결의에 앞장선 것에 대해 회개한 것이다.
소래노회는 지난해 3월 신사참배 회개 등을 주장하며 황해노회에서 분립한 신설 노회다. 노회 차원의 공식적인 신사참배 결의 취소는 처음인 만큼 다른 노회나 교단 전체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이날 참석자들은 ‘신사참배 결의 취소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또 신사참배의 죄를 통회 자복하는 취소선언문을 낭독했다. 경건하게 성찬식이 진행되자 눈시울이 붉어지는 목회자들이 잇따랐다.
소래노회 신사참배 취소 및 회개위원장 박세환(백승교회) 목사는 “오직 하나님 한 분만 섬겨야 할 우리 노회가 일제의 강요에 무릎을 꿇고 신사참배를 받아들였다”면서 “장로교회는 일제 군국주의 이념을 선전하는 나팔수가 됐고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몰아 고귀한 생명들이 희생당하게 했다”고 고백했다.
소래노회는 오는 20일 경기도 용인 총신대 신학대학원 소래교회에서 열리는 ‘소래노회의 날’ 행사에서도 신사참배를 회개하고 일본 야스쿠니 신사의 문제점 등을 담은 소책자를 발간·배포한다. 12월 8일에는 소래교회 앞마당에 ‘신사참배 취소 및 회개 표지석’도 설치할 계획이다.
한국교회의 신사참배 참회는 2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2년 6월 18일 한국교회 지도자 한경직(1902∼2000) 목사의 고백은 한국교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종교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템플턴상 수상을 축하받는 자리에서 그는 “일제 때 신사참배를 행했으나 여태껏 참회하지 않았다”면서 “반세기 전에 지은 우상숭배의 죄를 참회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노(老) 목회자의 죄책고백은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의 가슴속에 각인됐다. 2006년 1월에는 기독교대한복음교회가 “초대 감독이었던 최태용 목사가 창씨개명을 하고 친일 잡지에 친일 논설을 기고했다”며 교단 중 처음으로 친일행적을 반성했다. 2007년에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와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가 신사참배에 대해 사과했다. 2008년 예장합동과 통합, 합신, 기장 등 4개 교단은 장로교단분열 60년 만에 처음으로 제주에서 연합예배를 갖고 신사참배 참회기도를 드렸다.
유영대 최기영 기자 ydyoo@kmib.co.kr
예장합동 소래노회, 77년 만에 신사참배 회개
입력 2015-10-16 0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