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결국 막말 전쟁… 논리 간곳 없고 상대 꼬투리 잡기 거친 언사 난무

입력 2015-10-16 03:14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이념 전쟁’이 계속되면서 여야 정치인들의 발언수위도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사실과 논리에 입각한 토론 대신 거친 ‘막말성’ 표현을 불사하며 지지층 결집에만 몰두하면서 정치가 본연의 역할은 물론 현안의 본질에서도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은 현행 한국사 교과서의 좌편향 사례를 언급하며 ‘종북’ ‘친북’ 프레임을 재차 꺼내들었다. “좌편향 교과서가 친북 사상을 퍼뜨리는 숙주”(김정훈 정책위의장) “북한 시각으로 서술된 교과서를 바로잡으려는 정부를 반대하는 건 종북 꼬리표를 다는 것”(심재철 의원) 등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새누리당은 교과서에 주체사상이 언급된 점을 들어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철거하기도 했다. 당 역사교과서개선특위 간사인 강은희 의원은 15일 라디오에 나와 “모든 교과서가 그런 건 아니기 때문에 전날 일단 (현수막) 철수를 했다”면서도 “전반적 입장에서 (주체사상) 정신은 어느 정도 담겨 있는 부분이 일부 있다”고 주장했다.

일선학교 현장의 편향성도 여당의 공세 포인트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오전 의원총회에서 “김일성 추종자들의 발언이 어떻게 아이들 교실에서 횡행할 수 있는지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대한민국 교실인지 종북좌파 이념 혁명전사 양성소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조해진 의원도 대정부 질문에서 “교사들이 자식들을 자신의 목표를 위한 ‘모르모트(실험용 쥐)’로 생각하는지 참담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현행 교과서가 주체사상을 가르친다’는 여당의 주장을 역이용한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15일 정책조정회의에서 “현행 교과서는 박근혜정부의 검정을 통과했다”며 “그렇다면 새누리당은 주사파”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중은 거짓말이 되풀이되면 결국 믿게 된다. 새누리당은 나치 선전부장 괴벨스의 추종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정치연합은 ‘박근혜 대통령 때리기’에도 나서고 있다. 정부의 국정화 방침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교과서 국정화와 연결해 ‘유신 반감’ 여론을 자극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아버지(박 전 대통령)의 10월 유신이 대한민국 헌정을 유린했다면, 딸(박근혜 대통령)의 10월 유신은 대한민국 역사를 유린하려고 한다”며 “박 대통령은 역사 쿠데타를 벌이기에 앞서 일본군 장교로 복무했던 다카기 마사오와 청년 공산주의자 박정희의 행동을 국민에게 설명하라”고 몰아세웠다.

야권에선 교과서 국정화 자체에 대한 감정적 비판도 쏟아진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PBC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정 국사 교과서 교육은) 학생들에게 독약을 먹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국정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는 교수는 얼빠진 교수”라고 했다. 이 원내대표도 “함량 미달 학자들이 만든 함량미달 교과서로 함량미달 지식을 가르치는 게 박근혜식 국사교육의 본질”이라고 했다. 국정 국사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는 학자는 ‘얼빠진 함량미달’이라는 주장이다.

이현우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야가 대립할 때마다 감정적 발언으로 본질에서 벗어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는 성숙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정치문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승욱 전웅빈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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