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산업,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뜬다

입력 2015-10-16 02:52
지난 7월 전북 완주 국립농업과학원에서 열린 여름곤충생태학교에서 초등학생들이 갈색거저리와 귀뚜라미 등 식용곤충을 맛보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곤충이 달라졌다. 징그러운 벌레이거나 방학숙제용으로만 여겨지던 곤충이 영양 풍부한 미래 먹을거리, 의약품·화장품의 핵심 성분, 축제 분위기를 살리는 주역으로 등장하면서 농업분야 신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농촌진흥청은 최근 애기뿔소똥구리와 왕지네에서 세균 등이 침투하면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생체방어물질인 향균 펩타이드를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애기뿔소똥구리에서 추출, 개발된 펩타이드는 인체에 해로운 구강균과 피부포도상균, 여드름 원인균을 비롯해 급성 위막성 대장균에 강한 저항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펩타이드에는 ‘코프리신’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코프리신은 피부 치료 효과가 있는 화장품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장염 치료를 위한 의약 소재로도 연구가 진행 중이다.

농진청은 또 왕지네에서 뽑은 항균 펩타이드에서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에 탁월한 효능을 발견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이 물질을 활용해 아토피 치료용 화장품이나 의약품이 개발되면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뿐이 아니다. 비단을 뽑아내는 누에고치는 인공고막의 천연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농진청은 누에고치를 이용한 치과용 실크차폐막 개발에도 성공했다. 벌침액인 봉독은 여드름균에 대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어 이를 원료로 한 여드름 예방·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도 한창 진행 중이다.

곤충은 또 미래의 식량이다. 영양분이 풍부하다. 국내외 여러 연구 결과에서 곤충의 단백질은 쇠고기, 돼지고기 등 육류 수준에 육박할 뿐 아니라 탄수화물과 지방도 곤충에서 취할 수 있다. 철 아연 마그네슘과 같은 무기질과 비타민, 식이섬유도 함유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곤충을 앞으로 인류의 식량난을 해결해줄 대안으로 지목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미래 식량난에 대비하고 고부가가치 식품을 개발하기 위해 식용 곤충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고소애(갈색거저리 애벌레), 꽃벵이(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 장수풍뎅이 애벌레, 귀뚜라미 등 모두 4종의 곤충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식품원료로 인정받았다. 식용 곤충 소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조리법과 메뉴 개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곤충 식품업계 관계자는 “곤충은 특히 음식 섭취와 소화력이 약한 유아나 노인, 환자들에게 좋은 식품이 될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한 특수 의료용 식품 개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곤충 산업이 무한한 블루오션으로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종류만 130만종에 달하는 최대의 미개발 자원이라는 점이다. 작은 면적에서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고 환경 적응력도 높다. 2009년만 해도 1570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곤충산업 시장 규모는 현재 2980억원대로 성장했다. 농식품부는 2020년에는 1조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식용곤충의 경우 현재 17조원 규모의 국내 육류시장을 고단백 곤충식품이 1%만 대체해도 1700억원대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추산된다. 조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