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전북 남원·순창) 의원의 ‘2012년 대선 개표 조작’ 발언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더욱 어이없는 것은 자신이 발언해 놓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뒤 한때 잠적한 것과 국회 대정부 질문 내용을 개인 의견으로 치부하는 공당의 태도다. 제1야당의 자세나 소속 의원의 자질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현실이 참담하기까지 하다.
강 의원은 대정부 질문을 하기 전 질문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말리는 중진 의원에게 자신의 소신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소신과 사실(事實)을 구별조차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소신은 정치 철학이나 방향, 정책에 대한 찬반 같은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선거 개표 조작은 중대한 범죄행위이고, 범죄행위는 사실에 관한 것이지 개인의 소신이나 생각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이를 구분도 못하고 확실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마구 주장하는 것은 시정잡배들이 저잣거리에서나 할 수 있는 얘기다.
더욱 무책임한 것은 이런 주장을 해놓고 외부와 근 이틀 동안 연락을 끊은 것이다. 정치인은 자신의 언행에 책임을 져야 한다. 맞다면 제기되는 반박에 자세히 설명하며 재반박을 해야 할 것이고, 틀리다면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커지자 일단 외부와 단절한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정말 비겁한 짓이 아닐 수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사후 대응도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발언이 나온 뒤 김성수 대변인은 “개인 의견이며 당과 무관하다”고 논평했고, 문재인 대표는 “(논평으로) 답이 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선 대정부 질문이 개인 의견이라는데 대해 동의할 수 없다. 국민을 대신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부를 상대로 물어보는 것이 순전히 개인의 생각만인가. 원내대표실은 일반적으로 대정부 질문 내용을 점검한다. 강도를 조절하거나 역할 분담을 하는 등 여권을 상대로 한 전략 차원에서도 그렇게 한다. 질문 내용을 사전에 몰랐다면 당이 한심하게 돌아간다는 뜻이고, 알고도 넘어갔다면 정치적 감각이 없거나 당도 공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는 의미다.
문 대표는 첫 입장 발표를 대변인 논평으로 미뤄버렸다. 그는 지난 대선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마치 남 얘기 하듯 했다. 사안이 심각해지니 하루 지나 “당과 무관하다. 상식적이지 못하고 국민이 공감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에둘러 말했다. 이러니 리더십 부재, 아마추어 정치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야당이 박근혜 대통령을 그렇게도 비난하는 유체이탈 화법 아닌가. 강 의원의 무책임한 언동이나 당의 사후 대응 자세, 그리고 이틀이 지난 15일 오후에야 이종걸 원내대표와 가까스로 전화 통화한 것이 지금 제1야당의 딱한 상황이다. 좀 더 분명한 입장과 조치가 있어야 한다.
[사설] 무책임하기로는 강 의원과 문 대표 오십보백보
입력 2015-10-16 00:56 수정 2015-10-16 0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