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팔기도 떠넘기기도 통폐합도 쉽잖아… 조선업 구조조정 미로에 갇히다

입력 2015-10-16 02:18

경영난에 시달리는 조선업 구조조정 작업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조선업계 내부에서는 ‘팔기도 어렵고, 떠넘기기도 어렵고, 통폐합도 어렵다’는 구조조정 삼중고라는 자조마저 나온다.

영국 조선해운 전문분석 업체 클락슨에 따르면 한국 조선사들은 올 3분기 210만5782CGT(표준환산톤수)를 수주했다. 전 세계 시장 점유율 23.9%로 중국과 일본에 밀린 3위를 기록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분기 기준 3위로 밀려난 것은 2006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경영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 2분기 4조7509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했던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조선 빅3는 3분기 실적도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 조선업체는 형편이 더 안 좋다.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대선조선 등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하에 있고, SPP조선을 제외한 대부분이 올 상반기 수십∼수백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6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업계에서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좀비기업)’의 비중이 2009년 6.1%에서 지난해 18.2%로 늘었다.

정부는 이달 안에 부실채권 관리 기관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 확대개편 작업을 끝내고 곧바로 회생이 가능한 기업과 워크아웃·법정관리·청산 등이 필요한 기업을 구분해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15일 “공급과잉 등 산업 차원에서 경쟁력에 문제가 있는 업종은 개별 은행이 아닌 산업의 큰 틀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거론되는 구조조정 시나리오는 짝짓기와 통폐합 정도다. 짝짓기는 빅3 조선업체와 위기에 빠진 중견 조선업체를 묶는 그림이다. 애초 삼성중공업과 성동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을 묶는 시나리오가 유력했다. 하지만 중소 조선업을 책임져야 할 빅3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대규모 고용을 담당하고 산업유발 효과가 큰 조선업을 경제논리에 따라 죽일 수도 없다. 성동조선해양 등의 주채권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 이덕훈 행장은 지난 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조선업 등은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라고 토로했다.

최근에는 중견 조선업체들끼리의 통폐합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채권단 주도 하에 자율협약이나 법정관리 하에 있는 중견·중소 조선업체들을 합병해 생산 규모를 줄이고, 조직을 슬림화한다는 그림이다. 그러나 조선업계 관계자는 “채권단과 해당 업체들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통폐합이 이뤄지더라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경제의 핵심인 조선소가 구조조정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정치권의 외압도 드세질 전망이다.

남도영 김지방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