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태공원 마구 조성한 폐해는 예산낭비 이상이다

입력 2015-10-16 03:22 수정 2015-10-16 09:24
하천기본계획을 무시한 채 하천변에 생태공원을 조성해 국비를 포함한 예산을 낭비했거나 날릴 위험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감사원은 15일 11개 광역지자체와 산하 시·군·구 대상 ‘지자체 건설사업 타당성 등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토목사업 예산 낭비에는 지자체와 중앙정부, 지역구 국회의원이 모두 가담했다. 지자체가 타당성 없는 건설사업을 단체장과 의원의 공약사업이라는 이유로 밀어붙이는 사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를 감독하고, 제동을 걸어야 할 중앙부처들도 국비를 덜컥 내줬다니 기가 막힌다.

감사원에 따르면 환경부는 하천기본계획을 고려하지 않고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추진한 34개 시·군·구에 국비를 지원했다. 경남 양산시 등 3개 지자체에서 조성한 생태공원은 이런 이유로 철거가 불가피해 245억원을 낭비했다. 또 경기도 오산시 등 25개 지자체는 설계대로 생태공원을 시공할 경우 철거가 불가피해 3655억원을 날릴 판이다. 철거나 홍수 피해가 불가피한 하천 생태공원들이 모두 조성될 경우 전국적으로 약 4800억원의 재정이 낭비될 것이라고 한다.

이런 방식의 생태공원 조성사업은 ‘생태’라는 명분에 반하는 생태계 훼손과 지방자치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다. 생태공원이 그 이름에 값하려면 지역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특산 동식물종과 자연자원, 그리고 주민들이 행복하게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조성돼야 할 것이다. 전남 순천시 순천만의 갈대밭, 울산 태화강의 십리대밭길 등이 좋은 예다.

우리나라 지자체는 아직도 주민들에게 직접 득이 되는 사업보다 다른 지역 주민들이 보기에 그럴듯한 전시성 사업에 치중한다. 썰렁하고 넓은 포장도로, 위압감을 줄 정도로 화려한 관공서와 문화회관 건물 등이 그렇다. 지자체 사업의 우선순위는 각 지역주민의 인구구성, 소득수준 등 특성에 부합되는 필요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거쳐 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