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최범선] 주는 지혜

입력 2015-10-16 00:26

세상을 살다 보면 받는 일에만 익숙해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인생은 부모님으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시작되니 사람은 무언가를 받는 데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존재일 수도 있겠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인정하기 전에 자신부터 인정받고 싶어 한다. 나를 힘들게 하는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왜 나를 이해해 주지 못하는지 생각하며 섭섭해 한다. 내가 잘못한 모든 것은 작은 것으로 여겨 지나치려 하거나 묻어두고 가려는 경향이 강하다.

어디 그뿐인가. 누군가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려하기보다는 사랑을 받으려는 욕심만 가득하다. 이 모두가 무언가를 받으려는 욕망에만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웃을 위해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주려하기보다는 내가 받아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는 이기주의적 사고에 익숙해져 있다.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서도 내가 줄 것이 무엇인지보다 이 공동체를 통해 내가 받아내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데 급급하다. 우리는 만족과 감사보다 불만과 불평을 늘 품고 산다.

그런데 성경은 우리에게 주는 자가 되라고 권면하고 있다. 누가복음 6장 38절에서 예수님께서는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고 말씀하셨다. 먼저 주는 자가 되어야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이 넉넉하지 못한 이유도 주기보다는 받으려는 생각으로 가득하기 때문일 것이다. 삶을 넉넉하게 만들고 우리가 속한 공동체를 풍성하게 하기 위해 ‘주는 지혜’를 실천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는 “나는 줄 것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에게는 물질적인 것에 앞서 줄 수 있는 소중한 것이 너무 많이 있다.

우선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환희 웃어 줄 수 있지 않은가. 만나는 사람들을 향해 환하게 웃어 줄 수 있다면 나도 행복하지만 미소를 바라보는 이들도 행복할 것이다. 힘들어하는 이웃에게 따뜻한 손을 먼저 내밀 수도 있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 처해 있어도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 나보다 더 힘든 이웃을 붙잡아 줄 수 있다면 우리 사회가 암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황혼의 길을 홀로 걸어가며 힘들어하고 외로워하는 어르신, 큰 꿈을 품고 이 땅을 찾았으나 꿈을 이루지 못해 절망의 순간을 보내는 다문화 가정 등을 향해 관심을 가진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더 살맛나는 곳이 될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물질적 가치로는 계산할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을 참으로 많이 소유하고 있다. 이것부터 주는 지혜를 발휘하다 보면 우리의 마음도 열릴 것이다. 마음을 나눠주다 보면 어느 틈엔가 우리의 주머니도 활짝 열릴 수 있을 것이다. 따뜻한 마음의 지배를 받아 열린 주머니는 소외된 곳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내가 먼저 주는 일에 앞장서는 결단을 내리자. 모두가 힘들다고 호소하는 이 사회를 넉넉하고 따뜻한 사회로 만들어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최범선 목사(용두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