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정태] 보이스피싱 막는 골든타임

입력 2015-10-16 00:10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에 취약한 연령층이 있다고 한다. 당연히 금융지식이 부족한 노인들이 가장 많이 사기를 당한다고? 오산이다. 기본적으로 보이스피싱·파밍 등에 의한 피싱사기는 여성(전체 건수의 61.7%), 저금리 대출 등을 미끼로 하는 대출사기는 남성(58.1%) 피해가 더 많다. 연령대로 보면 피싱사기의 경우 여성 가운데 30대(32.9%), 대출사기에는 남성 가운데 40대(32.3%)가 가장 취약하다.

이유는 이렇다. 30대 여성은 사회경험 부족으로 사기범의 심리적 압박에 잘 속는 것 같고, 40대 남성은 가장으로서 자금 수요가 많은 점을 노리고 범인들이 접근하기 때문이란다. 물론 고령층도 사기범의 표적인 것은 맞다. 남성 중에선 60대 이상이 피싱사기 피해(24.1%)를 가장 많이 당했으니 말이다. 금융감독원이 올 1∼8월 발생한 금융사기 피해 4만4619건(액수 1946억원)을 분석한 결과다.

피해 방지를 위한 당국의 대응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16일부터 은행권에서 시행되는 지연이체 제도다. 고객이 서비스를 신청하면 인터넷·모바일뱅킹으로 본인 계좌에서 다른 계좌로 돈을 이체했더라도 설정시간이 지나야 송금이 완료되는 시스템이다. 지연이체 시간은 고객 선택사항이지만 최소 3시간으로 할 예정이란다. 이체 취소는 송금 효력 발생 30분 전까지 가능하다. 따라서 보이스피싱에 당했더라도 인출을 막을 최소 2시간30분 동안의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셈이다. 사기당할 우려가 있는 주변인에게 서비스 신청을 권할 만하다.

그런데 요즘엔 계좌이체를 유도하는 대신 더욱 교묘한 신종 수법이 급증해 걱정이다. 금감원·검찰 직원을 사칭해 “통장이 범죄에 이용되고 있으니 안전하게 돈을 맡기라”며 현금을 직접 찾아오도록 해 건네받는 수법이 그것이다.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며 돈을 인출해 집안 냉장고 등에 보관토록 한 뒤 훔쳐 달아난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는 어찌하나. 국민적 경각심을 높이는 것밖에는 없는데….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