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크리스천 작가들 모임에서 명문대 지질학과의 한 노교수님의 간증을 들은 일이 있다. 그 교수님은 방학이면 제자들을 데리고 국내외 오지로 탐사를 다니셨단다. 어느 해인가 여름방학에는 아마존 유역으로 탐사를 가셨고 높은 산 정상에서 밤을 지새우게 되셨다.
그 밤, 그 노교수님은 산정상 위의 자신은 물론이고,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울창한 계곡과 정글 숲을 비추이는 달빛 그리고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바라보다가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니건만 우주만물을 창조하신 조물주의 존재를 깨치게 되었다고 하셨다.
칠흑 같은 어둠 속 산 정상에서 절대고독의 순간 온 몸에 전율이 일어나며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눈앞에 펼쳐진 광대한 자연과 더불어 자신 역시 누구인가에게 지음을 받은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문득 깨우치게 됐다는 고백이었다.
수려한 말솜씨나 현란한 어휘력은 없었지만, 일평생 한 눈 팔지 않고 학문에만 정진해 온 학자답게 그 노교수님의 간증은 참으로 순전했으며 표현할 길 없는 감동을 주었다. 그 감동은 나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함께 했던 참석자들 모두에게 전해진 모양이었다. 박수가 나올 법한 그 대목에서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정적이 흘렀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노교수님이 마지막으로 던진 이 한마디는 아직도 내 마음에 날카로운 비수로 남아있다. “저는 그 때까지 그 누구에게도 예수를 믿으라는 복음의 소식을 단 한 번도 전해 받은 일이 없었습니다.”그 고백은 먼저 구원의 은총을 입은 우리에게 주시는 성령님의 예리한 지적이라는 부끄러운 생각에 고개를 숙였던 기억이 난다.
“밤에 환상이 바울에게 보이니 마게도냐 사람 하나가 서서 그에게 청하여 가로되 마게도냐로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 하거늘.”(행 16:9)
박강월(수필가, 주부편지 발행인)
[힐링노트-박강월] 절대고독의 순간에
입력 2015-10-17 0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