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화요일 오후 7시20분. 서울 서초구의 주님의새교회(이상인 목사) 본당으로 가벼운 차림의 청년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진로와 소명 미니스트리즈(진소)가 주최하는 ‘화요 저스트 쇼 업(Just show up) 그냥 와 북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진소는 올해 1월 청년목회자연합, ㈔청년의뜰, 직장사역연합, CGN TV 4곳이 연합해 만든 청년·대학생 선교단체다.
청년들은 교회 본당 앞쪽에 마련된 책상에 앉아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북콘서트를 위해 마련된 자리지만 책을 미리 읽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청년들은 저녁 식사를 거른 이들을 위해 차려진 빵과 음료를 마시며 여유롭게 모임 시작을 기다렸다.
잠시 후 ㈔청년의뜰 운영본부장 신상주 목사가 기타로 찬양 ‘약할 때 강함 되시네’를 연주하자 7명의 참석자들은 자연스럽게 따라 불렀다. 이들은 찬양을 부른 뒤 각자 필기구와 ‘IVP 소책자’ 한 권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여러분, 다들 책 안 읽고 그냥 오셨죠? 오늘은 빌 하이벨스 목사의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법’을 읽을 겁니다. 오디오북을 듣기 전 빌 하이벨스 목사가 누군지 간략히 소개하겠습니다.”
청년목회자연합 상임대표 고직한 선교사는 저자 소개를 시작으로 북콘서트를 이끌었다. 참석한 청년들은 5분씩 네 차례 오디오북을 들은 뒤 진행자의 질문에 답하며 책 내용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발표했다.
진소는 지난달 8일부터 북콘서트를 시작했다. 이번이 다섯 번째다. 북콘서트는 오디오북을 활용해 소책자 한 권을 다 읽는 식으로 진행된다. 소책자의 경우 20분이면 완독할 수 있다. 오디오북은 진소가 G&M글로벌문화재단(한국대표 문애란)에 의뢰해 제작된 것이다. G&M글로벌문화재단은 기독교 양서를 오디오북으로 제작해 국내 대학, 교회 등 150여곳의 오디오북 클럽에 보급한다.
“2년여 전 문애란 대표 등 지인들과 기독교 양서를 오디오북으로 읽다보니 이것만큼 청년 소그룹 사역에 적격인 건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모임을 시작했어요. 미리 읽어올 필요가 없고 주변 사람들과 지식 교류도 할 수 있어 바쁜 현대인에게 일거양득입니다. 아무래도 청년들에겐 신앙의 기본기를 다지는 게 중요할 것 같아 두꺼운 고전 대신 복음의 주요 내용이 담긴 소책자부터 시작했습니다.”(고 선교사)
오디오북으로 책을 완독한 뒤엔 책 내용을 바탕으로 기도하는 시간도 가졌다. 참석자들은 ‘하나님의 음성을 제대로 들을 수 있도록’ ‘하나님의 부름에 흔쾌히 헌신하는 그리스도인이 되도록’을 공동 기도 제목으로 두고 간절히 기도했다.
북콘서트는 오후 9시40분이 다 돼서야 끝났다. 2시간 넘게 자리를 지킨 청년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사법시험 준비생 안병준(27)씨는 “여러 사람이 같이 신앙 서적을 읽으며 다양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며 “모임에서 지식도 쌓고 친밀한 교제도 나누다보니 2시간이 금방 지나간 느낌”이라고 했다. 취업준비생 송다영(25)씨는 “한 자리에서 책만 읽으면 다소 지치고 피로할 수 있는데 오디오북을 들으며 보니 집중이 잘 되고 머릿속에 정리도 잘됐다”고 말했다.
진소는 북콘서트에서 IVP 소책자 시리즈를 완독한 뒤 C S 루이스, 디트리히 본회퍼, 존 스토트, 유진 피터슨 등 유명 기독교 고전을 읽는 프로그램을 펼친다. 또 오디오북을 통한 다음세대 사역을 꿈꾸는 목회자들에게 사역 방법을 전수하는 ‘BBC(Books Build a Church) 세미나’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마음이 고픈 청년들, 그냥 오세요… ‘화요 저스트 쇼 업 그냥 와 북콘서트’
입력 2015-10-17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