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뉴스] 샤넬·디올도 깜짝 놀랐다 불이 꺼지지 않는 동대문… ‘패션 수도’ 24시

입력 2015-10-16 03:02 수정 2015-10-16 17:44
서울 동대문시장 도매의류상가 앞에 전국 각지로 보낼 의류가방 더미가 가득 쌓여 있다. 국민일보DB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야경.
태연, 씨스타, 씨엔블루, 방탄소년단, 갓세븐…. 내로라하는 한류 스타들이 지난 9일 저녁 동대문 DDP 앞 거리에서 공연을 했습니다. 서울디자인재단이 이날부터 11일 새벽 4시까지 DDP 및 인근 장충단로 일대에서 펼친 ‘시민이 함께하는 DDP 동대문 축제’ 프로그램의 하나였습니다. 이들의 신명나는 공연은 중국 미국 프랑스 등 116개국에 생방송됐습니다. 도심 한복판에 불시착한 우주선 같은 DDP의 특이한 외관을 보면서 ‘서울에 가서 저 건물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작품인 DDP는 뉴욕타임스가 지난 1월 ‘꼭 가봐야 할 세계 명소 52곳’ 중 하나로 선정할 만큼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DDP가 자리한 동대문 패션 시장은 밤 풍경이 더 화려하고 활기가 넘치는 곳입니다. 밤 8시쯤 되면 동대문시장 전체가 북적입니다. ‘패션몰 유어스’ ‘누죤’ ‘디자이너클럽’ 등 도매상가 22개가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갑니다. 도매상가는 밤 8시에서 9시 사이에 문을 열고 이튿날 오전 9시쯤에 문을 닫는 ‘올빼미상가’들입니다. 지방에서 물건을 떼러 온 도매상들과 이들이 구입한 물건을 실어나르는 차량들로 시끌벅적해집니다. ‘두타’ ‘롯데피트인’ ‘밀리오레’ 등 6개의 소매상가들은 보통 오전 10시30분쯤 문을 열어 새벽 1시에서 5시까지 영업합니다. 동대문시장은 24시간 돌아갑니다.

지대식 동대문패션타운 관광특구협의회 사무국장은 15일 “동대문 패션시장처럼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은 드물다”고 했습니다. 외국 손님들은 한밤중 불을 밝힌 시장 모습만으로도 놀라겠지만 동대문시장은 더 큰 자랑거리를 갖고 있습니다. 지 사무국장은 “동대문처럼 패션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하루 만에 생산에서 판매까지 이뤄지는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면서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벤치마킹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습니다.

하루에 20만∼30만명이 이곳을 찾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가 외국인입니다.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2014년 서울시 관광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지역 1위가 동대문(55.5%)이었습니다. 방문객 중에는 외국 바이어도 적지 않습니다. 지 사무국장은 “동대문 패션타운의 지난해 의류 수출액 규모는 3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습니다.

세계 유일을 뽐내는 동대문시장의 뿌리는 매우 깊습니다. 서민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한 조선 후기인 18세기 전반에 이미 이곳에 큰 규모의 시장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1905년 두산그룹 설립자인 박승직 등 26명이 시장 관리를 위한 광장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 ‘광장시장’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1962년 현대식 건물의 평화시장이 들어서면서 대규모 의류상가가 탄생했습니다. 평화시장이 성공하면서 상가가 집중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 특히 1990년 아트프라자 개장을 기점으로 동대문시장은 의류시장의 본거지로 떠올랐습니다. 1998년 프레야타운과 밀리오레, 1999년 두타 등 소매상가가 문을 열면서 생산과 도매, 소매를 아우르는 패션 클러스터로 거듭났습니다.

2014년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DDP가 오픈하면서 동대문시장은 세계 패션인들의 관심을 받게 됐습니다.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샤넬’이 지난 5월 크루즈쇼를 이곳에서 했습니다. DDP 관계자는 “샤넬 크루즈쇼는 한국 최초의 글로벌 패션 프레젠테이션 행사로, 문화와 패션의 진원지로서 서울 이미지를 높인 행사”라고 소개했습니다. 지난 6월 20일부터 8월 25일까지 세계적인 패션 하우스 ‘디올’의 전시회도 열렸습니다. 8일 시작돼 내년 2월 28일까지 이어질 세계적인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 전시회는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합니다.

동대문시장이 문화와 패션의 진원지로 떠오르면서 두산, SK네트웍스, 롯데 등 대기업들이 앞다퉈 이곳을 면세점 후보지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두산은 인근 대형 쇼핑몰과 연계해 ‘K-Style’ 타운을 조성하고, DDP 및 전통시장과 연계한 야시장 프로그램을 내놓았습니다. 동대문 상권의 심야 쇼핑 특징을 반영한 ‘심야 면세점’ 운영 계획도 눈에 띕니다. 면세점까지 들어선다면 동대문시장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패션 쇼핑타운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동대문시장의 밤 열기를 아직 느껴보지 못했다면 이번 주말 짬을 내 들러보십시오. 마침 16일부터 21일까지 DDP에서 서울시 주최로 ‘2016 S/S 헤라서울 패션위크’가 열립니다. 디자이너들의 패션쇼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국내외 패션 전문 바이어와 기자들, 유명 연예인 등 패션 피플들의 멋진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질 것입니다.

11월 6일까지 DDP 이간수문전시장에서 이어지는 패션 디자이너 진태옥의 ‘앤솔로지’를 주제로 한 특별 전시회도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전시회입니다. 가을바람을 맞으며 동대문의 야경과 멋진 패션 세계도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