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9→ 11대 9… 곰, 대역전 ‘재주’

입력 2015-10-15 03:36
두산 베어스 양의지가 14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4차전 8-9로 뒤져 있던 9회초 1사 1, 3루에서 극적인 역전타를 친 뒤 1루에서 2루로 뛰어가자 동료들이 더그아웃에서 몰려나와 환호하고 있다. 두산은 양의지의 역전 2루타로 시리즈 전적 3승 1패(5전 3선승제)를 만들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연합뉴스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두산 베어스가 14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경기 막판 7점차 열세를 뒤집으며 ‘두산 극장’을 만들어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요기 베라의 명언을 실감케 하는 대역전극이었다.

두산은 9회초에만 안타 5개, 볼넷 1개에 상대 실책 2개를 묶어 대거 6득점하며 11대 9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에서만 4번의 병살을 범하며 승리를 내주는 듯싶었지만, 두산은 역대 포스트시즌 신기록인 7점차 역전승을 일궈냈다. 두산은 시리즈 전적 3승 1패를 거두며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에 진출해 18일부터 NC 다이노스와 일전을 벌인다. 두산은 2013년 이후 2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경기 내내 끌려가던 두산은 7회 이후 힘을 냈다. 6회까지 2-9로 뒤졌던 두산은 7회 2안타와 상대 실책, 폭투를 묶어 2점을 올리며 추격을 시작했다. 8회 3루타를 치고 나간 허경민을 땅볼로 불러들여 5-9까지 따라붙었고 운명의 9회에서 ‘뚝심’을 보여주며 결국 경기를 뒤집었다.

9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오재원의 안타가 시발점이었다. 이어진 공격에서 김재호가 연속 안타를 때려내며 무사 1, 2루 기회를 잡았다. 정수빈이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오재원이 그 사이 3루로 뛰면서 1사 1, 3루 기회를 이어갔다.

넥센은 한현희를 내리고 조상우를 마운드에서 올리며 승부를 걸었다. 그러나 두산의 뒷심은 무서웠다. 허경민이 조상우에게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한 점을 따라붙은 뒤 1사 만루에서 4번 타자 김현수의 2타점 적시타로 8-9로 턱밑까지 쫓아갔다. 마무리는 양의지가 지었다. 양의지는 주자 2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이는 큼지막한 2루타를 때려냈고 상대 실책이 겹치면서 결국 경기가 뒤집혔다. 양의지는 4차전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두산은 마무리 이현승을 올려 넥센의 마지막 공격을 깔끔히 막으며 승부를 매조지했다. 준플레이오프 기간 동안 1승2세이브를 기록한 이현승은 준플레이오프 MVP를 거머쥐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사실 오늘은 힘든 경기였다. 선수들이 이렇게까지 역전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5차전이 있으니 냉정하게 투수들의 공을 더 볼 것을 주문했는데 역전한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 모든 선수에게 MVP를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반면 넥센은 다 잡은 경기를 놓치면서 올 시즌 가을야구를 허무하게 마감했다. 내년 고척돔으로 홈구장을 이전하는 상황에서 이날 경기가 목동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가 됐다. 염경엽 감독은 “1차전이 꼬이면서 시리즈 전체가 어렵게 흘렀다. 불펜진을 3명으로 꾸리는 것도 힘든 부분이었다”며 “선수들은 열심히 했다. 감독 책임이다. 한 마디로 아쉬운 시즌”이라고 전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