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50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을 둘러싼 정부 내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보건복지부는 14일 최광 연금공단 이사장에게 공문을 보내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연임 불가 결정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또 “국민의 우려를 불러일으킨 점을 책임지라”며 사실상 사퇴를 촉구했다.
복지부는 공문에서 “공단 이사장의 지난 9일 기금이사 비연임 결정은 근거와 절차가 미흡하고 부적절한 조치라고 판단되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단 내 이사장과 기금이사 간 갈등에서 비롯된 내부 인사문제에 대한 부적절한 조치 등으로 연금 운용 등에 대해 국민의 우려를 불러일으킨 점은 이사장으로서 책임져야 할 부분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태를 원점으로 돌려놓든지 알아서 물러나든지 택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연금공단은 지난 12일 홍 본부장에게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라 연임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기금운용본부장 임기는 2년이며 실적평가에 따라 1년에 한해 임기가 연장될 수 있다. 홍 본부장의 2년 임기는 다음 달 3일 끝난다.
연금공단이 홍 본부장에게 연임 불가를 통보하고 복지부가 이틀 만에 제동을 건 배경에는 기금운용본부의 독립 문제가 있다. 정부 일각과 일부 전문가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현재 연금공단의 본부로 있는 기금운용 조직을 별도 공사로 독립시키자고 주장한다. 반대편에서는 오히려 기금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고 정책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최 이사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독립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이전부터 현 체제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홍 본부장은 독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최 이사장이 홍 본부장 거취와 관련해 협의를 마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려 크게 불쾌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금공단은 공운법에 따라 기금운용본부장 임명권이 최 이사장에게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끝까지 협의했어야 했다고 말한다.
복지부는 연임 불가 결정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박근혜 대통령에게 최 이사장 해임을 건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임명과 면직은 복지부 장관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결정한다. 최 이사장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500조 국민연금 기금운용 갈등 복지부, 최광 이사장 사퇴 촉구
입력 2015-10-15 0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