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팔레스타인 청년들 ‘묻지마 테러’

입력 2015-10-15 03:54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 인근 도로를 달리던 버스에서 테러가 발생한 뒤 경찰 등이 현장을 정리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 2명이 승객들에게 총격을 가해 이스라엘인 2명이 숨지고 15명이 부상했다. AP연합뉴스

사건 당일 팔레스타인 청년 수브히 아부 칼리파(19)는 출근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밤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본 동영상이 맴돌고 있었다. 이스라엘인을 흉기로 찔렀다는 이유로 한 팔레스타인 여성이 이스라엘 경찰 총격에 맞아 죽는 장면이었다.

그가 사는 슈아팟 난민촌은 피스갓 지에브 이스라엘 정착촌과 맞닿아 있다. 정오가 가까워오자 칼리파는 어젯밤 사놓은 칼을 들고 집을 나섰다. 거리에 들어선 그는 한 20대 이스라엘인의 상체를 힘껏 찔렀다.

최근 팔레스타인에서는 이스라엘 정착민을 향한 팔레스타인 청년들의 폭력·상해 사건 등이 잇따르며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조직화된 지령에 따라 움직였던 2000년의 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인들의 반이스라엘 봉기) 때와 달리 팔레스타인 청년들이 SNS로 접한 영상 등에 자극을 받아 자발적으로 이스라엘인 공격에 나선다고 분석했다.

실제 팔레스타인인들의 SNS 계정에는 ‘예루살렘 인티파다’라는 해시태그가 붙은 채 이스라엘군의 총격에 사망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영상과 사진 등이 돌고 있다. 한 포스터에는 ‘어렵지 않다. 가장 가까운 부엌에 가서 (칼을 꺼내) 신의 이름으로 행하라’고 노골적으로 범행을 지시하고 있기도 하다.

SNS로 분노를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이 같은 방식이 ‘아랍의 봄’ 당시 민주화운동을 벌이던 중동 젊은이들과 닮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가 곧 3차 인티파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마이클 헤르조그 전 이스라엘군 전략담당국장은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아랍의 봄 당시 목격된 현상이 팔레스타인 사회까지 퍼졌다”면서 현재 상황에 소셜미디어가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전문매체 알모니터도 ‘스마트폰 인티파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스마트폰을 통한 SNS 접근성이 팔레스타인 내부의 분노를 가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주재로 14일 열린 안보 내각회의 결정에 따라 팔레스타인과 예루살렘 등지에 처음으로 군 병력이 배치되고 검문소가 설치됐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경찰 지원을 위해 흉기 공격 사건이 벌어진 도시에 6개 중대 군 병력 수백명을 배치하라고 명령했다고 예루살렘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이스라엘 경찰은 “이미 군인 300여명이 편입돼 거리에 배치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공식적으로 군인을 도심 거리에 경찰관과 함께 배치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알자지라 방송은 전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