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새벽 고속도로에서 가벼운 접촉사고가 났다. 가해 운전자와 피해 차주는 그 자리에 차를 세워둔 채 잘잘못을 가리느라 도로 한복판에 서서 이야기를 했다.
그래선 안 되는 거였다. 뒤따르던 차들이 미처 이들을 보지 못해 2·3차 사고를 냈다. 접촉사고 직후 안전삼각대를 설치하던 피해차량 대리기사가 2차 사고로 중태에 빠졌다.
14일 오전 2시30분쯤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의 반포IC 부근 서울방향 차로에서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3차로를 달리던 전모(32·여)씨의 토스카 차량이 앞서가던 BMW를 들이받았다. 어두운 고속도로에서 두 차는 3차로에 그대로 멈춰 섰다. 전씨와 BMW 차주 신모(30)씨는 차에서 내려 과실 여부를 따졌다.
당시 BMW는 대리기사 김모(52)씨가 운전하고 있었다. 김씨는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는 동안 삼각대를 세우려고 고속도로를 걸었다. 사고 지점 뒤에 삼각대를 내려놓으려던 때 바로 뒤에서 달려오던 정모(31)씨의 그랜저가 김씨를 덮쳤다. 이어 토스카를 추돌했다.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견인차 운전자 임모(22)씨는 3차로의 사고 차량들 뒤쪽에 정차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송모(55)씨의 개인택시가 달려오다 견인차를 들이받았다. 이 충격으로 견인차는 4차로까지 밀려났다.
대리기사 김씨는 중태에 빠졌다. 생명이 위중한 상태다. 택시 승객 장모(19)씨 등 3명은 경상을 입었다. 접촉사고를 낸 전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12% 만취 상태였다. 서초경찰서는 전씨를 음주운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고 달린 송씨 등 2명도 입건할 예정이다.
고장·사고로 멈춰 선 차를 뒤에서 달려오는 차가 다시 추돌하는 ‘2차 사고’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속도로 2차 사고 10건 중 6건은 사망사고로 이어졌다. 2차 사고 치사율은 1차 사고(10.6%)보다 5배(59.7%)나 높다. 올 들어 7월까지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2차 사고(38건)로 22명이 숨졌다.
2차 사고를 피하려면 안전수칙을 따라야 한다. 전씨와 신씨는 3차로에서 시비를 가릴 게 아니라 차부터 옮겼어야 했다. 고속도로 사고 때는 일단 차량을 갓길이나 우측 차로로 옮겨야 한다. 운전자와 탑승자 모두 안전지대로 대피한 뒤 도로공사 긴급견인서비스(무료)나 보험사에 신고해야 한다. 삼각대나 불꽃신호기 설치도 안전을 확보한 뒤에 할 일이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車 먼저 옮겼더라면… 고속도로 사고 시비 또 ‘2차 사고’
입력 2015-10-15 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