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이 수조원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58)의 최측근인 강태용(54) 검거 이후 그동안 묵혀뒀던 의혹들에 대한 재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2008년 말 조씨 사건 수사를 맡았던 검경 여러 명이 조씨 측과 유착되면서 7년여 동안 사건을 끌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대구지방경찰청은 강씨에게 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참고인 중지 상태였던 전직 경찰관 정모(40·경사)씨가 중국으로 출국했다가 붙잡혔다고 14일 밝혔다.
정씨는 지난 13일 오전 9시10분 중국 광저우로 출국했지만 경찰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중국 공안에 공조를 요청, 중국 공항에서 강제 송환됐다.
2004∼2009년 대구경찰청에서 조씨 사건을 담당했던 정씨는 2007년 8월 강씨로부터 1억원을 받아 제과점을 차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에도 2009년 5월 중국 옌타이시에서 조씨와 강씨를 만나 골프 접대 등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정씨는 대구경찰청 수사2계에 근무하던 2008년 11월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조씨 일당이 운영하던 유사수신 업체를 적발했다고 언론에 공개했다. 조씨 사건을 세상에 알린 주인공이 알고 보니 뇌물받은 경찰관이었던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강태용 송환 소식에 정씨가 급히 출국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씨 등 전직 경찰관을 포함해 5∼6명의 인물을 재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있다. 이를 위해 2개 팀 10명의 형사로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경찰은 2008년 한 플라스틱 제조업체에 수백만∼수천만원의 돈을 투자한 경찰관 10여명도 조사할 방침이다. 이들이 투자한 돈이 조씨 자금이라는 의혹이 있고, 돈을 투자한 경찰 중 2∼3명은 아직 현직이다.
검찰은 정·관계 로비 의혹 등 제기된 모든 의혹을 조사키로 했다. 대구지검 형사4부는 검사 3명과 수사관 6명으로 전담팀을 구성해 강씨 소환에 대비하고 있다. 대검찰청 계좌추적·회계분석 전문수사관도 전담팀에 파견됐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상황에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강씨의 고교 동창인 김광준(54) 전 부장검사와 오모(54) 전 검찰 서기관 등 검찰 측 인사 2명과 조씨에게 9억여원을 받은 권모(51) 전 총경 등 대구 지역 경찰관 5명은 모두 조희팔 사기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자리에서 뇌물을 받았다. 조씨를 잡아야 할 사람들이 비호세력 노릇을 한 셈이다.
피해자 단체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조희팔을 비호하는 세력이 아직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최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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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팔 수사, 애초부터 뇌물에 휘둘렸다… 1억 받은 혐의 전직 경찰 중국 가려다 붙잡혀
입력 2015-10-15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