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 1·3호 터널을 지나는 차량에 부과되는 혼잡통행료는 20년째 ‘시범사업’이다. ‘시범’이란 꼬리표를 달고 있어서 1996년 도입 때 2000원이던 통행료가 지금도 2000원이다. 물가 상승률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교통정체 해소라는 본래 목적은 퇴색했다. 교통량은 사업 시행 전의 97% 수준까지 올라왔다.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납부자가 느끼는 통행료 부담은 20년 전의 64%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다 터널을 꼭 지나야 하는 인근 지역 주민에게도 통행료를 징수하는 탓에 ‘혼잡’은 해결하지 못하고 ‘돈’만 걷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강남권에서 도심으로 진입하는 지름길인 남산터널은 서울의 대표적 정체구간이다. 서울시는 교통체증을 줄이기 위해 1996년 11월부터 남산 1·3호 터널 운행 차량에 혼잡통행료를 부과했다. 20년째인 혼잡통행료 사업은 의도했던 효과를 거뒀을까.
서울시 통계를 보면 그렇지 못하다. 혼잡통행료를 징수하기 전에 남산 1·3호 터널의 하루 평균 통행량은 9만대였다. 제도 시행 직후 통행량은 7만여대로 급감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힘을 잃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두 터널의 하루 평균 통행량은 8만7457대를 기록했다. 통행료 징수 전의 97% 수준까지 올라선 것이다.
반면 통행료 부담 수준은 뚝 떨어졌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첫 시행 때보다 36.7% 정도 하락했다. 비용 부담이 적다 보니 통행량을 억제하는 효과가 예전만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혼잡통행료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까지 거둬들인 남산 1·3호 터널 혼잡통행료는 2722억원이나 된다.
서울시도 문제를 알고 있다. 서울연구원은 이미 2012년 ‘서울시 혼잡통행료제도 효과평가와 발전 방향’ 보고서를 내고 요금체계 개선을 제안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남산 1호 터널은 오후 4∼7시에 통행속도가 시속 20㎞에도 미치지 않아 정체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통행속도는 시속 43∼47㎞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서울연구원은 시간대별로 징수하는 요금을 차등화해야 혼잡통행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도심의 다른 구간으로 혼잡통행료 징수를 확대해야 남산 터널 정체를 낮출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남산 터널을 축으로 인근 도로까지 교통량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따르면 편도 4차로 이상의 도시고속도로에서 평균속도가 시속 30㎞ 미만일 경우 등에는 혼잡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시민들의 반발 등을 우려해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14일 “요금 인상 등 혼잡통행료 개선안에 대해서는 시민 부담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아직까지 구체적 개선안은 논의된 게 없다”고 말했다.
남산 터널 인근 주민의 통행료 면제, 전자징수시스템 구축 등을 둘러싼 논의도 제자리걸음이다.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통행료를 부과하고, 면제하면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서다. 전자징수시스템 도입은 급격한 차선 변경에 따른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기획]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20년째 ‘시범사업 中’… 통행요금 ‘그대로’ 혼잡도 ‘원래대로’
입력 2015-10-15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