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일터’라는 말은 일터가 쪼개지고 있다는 의미다. 하청, 아웃소싱, 위탁경영, 프렌차이즈, 간접고용, 비정규직, 도급제도 등 여러 형식으로 기업들이 기능과 인력을 외주화하는 경향을 포착한 단어다. 책은 달라지는 일터의 풍경을 ‘균열’이라는 말로 압축하면서 ‘균열일터’가 왜 늘고 있고, 어떤 문제를 낳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검토한다.
저자 데이비드 와일은 미국 오바마 정부가 노동정책을 구상할 때 깊게 관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보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지난해 5월 미 노동부 근로기준분과 행정관으로 임명됐다. 이 책은 그가 임명을 받기 직전 미국에서 출간됐으며, 그가 추진하는 노동정책의 정수가 담겨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의 IBM은 공장 노동자들까지 직접 고용했지만, 현재의 애플은 전 세계 75만명 직원 중 단 6만3000명만 직접 고용하고 있다. 이런 예는 무수히 많다. 한때 대기업 울타리 안에 있던 경비, 청소, 제조, 관리 등의 기능이 계속해서 외부시장으로 분리됐다. 그 결과 좋은 일자리는 줄고, 고용관계는 불안정해졌으며, 일터는 팍팍해졌다. 저자는 책에서 딱 한 가지만 거론한다. 기업들의 ‘고용 털어내기’가 현대 일자리와 일터의 모습을 악화시키는 핵심적 원인이라는 것이다.
기업들의 기능·인력 외주화, 즉 ‘일터의 균열’은 비정규직 양산이나 노동조건 악화뿐만 아니라 실질임금 정체, 중산층 붕괴, 부의 불평등 같은 문제로까지 연결된다. “대기업이 고용을 외부로 돌리면서 원래 사내에 있던 대다수 직종의 실질임금이 사실상 정체”됐고, “대기업이 전 직원과 함께 수익을 나누던 곳에 균열이 일어나면서 경제활동으로 창출된 가치를 배분하는 방식에도 불평등이 점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유 유출 같은 대형사고 역시 분산된 고용 관계로 인한 조율 실패에서 원인을 찾는다.
책은 미국의 사례들에 집중돼 있지만 현대 노동문제의 핵심을 새로운 관점에서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저자는 균열된 일터에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노동권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데도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다. 공공정책이 기업의 일거양득 행태를 방치해왔다는 지적, 현행 노동관계법과 근로규정이 달라진 고용관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등 눈길을 끄는 대목들이 많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 길-균열일터, 당신을 위한 회사는 없다] 현대 노동문제의 핵심은 ‘고용 털어내기’
입력 2015-10-16 0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