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보이지 않는다. 느낄 뿐이다. 볼에 부드럽게 와 닿기도 하지만 때로는 귀가 빨개지도록 매섭다. 그런 바람이 무슨 색깔일까. 소년은 궁금했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자못 사색하는 표정으로 바람의 색을 찾으러 떠난 소년의 여행기다.
길에서 만난 늙은 개는 “빛바랜 나의 털색”이라고 하고, 나무 뒤에서 엿듣던 늑대는 “젖은 흙이 품고 있는 어둠의 색”이라고 중얼거린다. 숲을 지나 만난 코끼리는 “조약돌처럼 매끌매끌한 회색”이라고 얘기한다. 창문은 “계절이 지나는 시간이 색”이라며 제법 철학적 답을 내놓는다. 커다란 산에게는 “나를 어루만지는 파란 구름색”이며, 소년이 첨벙 건너가던 개울에겐 ‘물속에 빠진 하늘의 색“이다. 비 그친 뒤 신이 난 꿀벌의 답에는 에너지가 있다. 바람은 태양처럼 뜨거운 색이라고 하니 말이다.
답들이 얼마나 예쁜가. 저마다 느끼는 게 다르니 바람의 색도 이렇듯 각양각색이다. 그래서 더욱 헷갈리기만 하는 소년에게 거인이 내놓은 답이야말로 정답이다. “바람은 이 색이기도 하고, 동시에 저 색이기도 하지. 바람은 모든 색이란다.”
아이들에게 세상은 호기심 투성이다. 어른들은 당연하게 여겨 질문하지 않는 엉뚱한 물음을 던진다. 때로는 시적이기도하다. 바람의 색 뿐이랴. 생각도 못했던 것들에 ‘왜? 왜?’를 연발하는 아이들의 질문을 귀찮아하지 않고 찬찬히 답을 찾다보면 바쁘게 살아가던 어른들의 일상에도 여유 있는 쉼표 하나를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벨기에 작가의 작품이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 개념을 시각화한 능력이 돋보인다. 한국적인 것과는 차이 나는 북유럽의 사색적인 색감이 색다른 맛을 준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그림책-바람은 보이지 않아] 바람은 무슨 색일까? 숲과 동물에게 물어본다
입력 2015-10-16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