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문화의 대표적 상징인 파르테논 신전은 둘로 쪼개져 영국과 그리스에서 각각 보관되고 있다. 19세기 초 투르크 주재 영국 대사 엘긴은 본국의 칙령을 빌미로 파르테논 신전을 무자비하게 훼손했다. 가치 있어 보이는 것들은 모조리 떼어냈다. 판석을 톱질로 자르고 망치로 부수기도 했다. 그렇게 옮겨와 현재 대영박물관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은 전체의 절반에 해당한다.
영국의 문화비평가인 크리스토퍼 히친스 등 저자들은 약탈로 만들어진 대영박물관의 뻔뻔한 역사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을 가한다. 그리스가 요청하는데도 왜 오랫동안 반환되지 않는지 집요하게 추적한다. 하지만 반환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아테네가 아니라 런던에 있었기에 온전했다.” “엘긴은 문화재를 보전하겠다는 심정에서 조각을 떼어냈다.” 보존이냐 반환이냐는 오랫동안 날선 공방을 벌여 왔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현재 국외에 소재한 우리 문화재는 16만342점에 이른다. 약탈당한 것도 있고 매매된 것도 있다. 일본이 6만7708점으로 전체의 42%를 갖고 있다. 여러 경로를 통해 환수 노력을 기울이지만 쉽지는 않다. 이 책은 “문화유산을 되찾아 지키는 것이 역사의 진정한 의미”라고 강조한다. 김영배·안희정 옮김.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손에 잡히는 책] 약탈 유물로 채웠다… 대영박물관의 뻔뻔함
입력 2015-10-16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