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악의 가뭄 대책으로 ‘4대강 물 활용 방안’을 들고 나온 것은 그만큼 묘수가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난봄 가뭄 당시 4대강에 저장된 물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면서 ‘4대강 사업 무용론’이 대두됐던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가뭄 대책을 계기로 4대강 사업을 재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여전해 예산 배정을 위한 국회 논의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1일 물관리협의회에서 4대강 사업을 통해 조성한 금강 백제보와 보령댐을 잇는 도수로 공사를 이달 말 착공, 내년 2월 완공키로 했다. 백제보에 가둬둔 금강 물을 현재 물 부족이 가장 심각한 충남 서북부 지역의 광역 상수원인 보령댐에 보내기 위한 총 21㎞ 길이의 지하 관수로를 설치하는 작업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이날 정책협의회에서 발표한 ‘4대강 물 활용 방안’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물이 부족해 아우성인 지역이 있는데 4대강에는 물이 저장돼 있으니 이를 끌어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것”이라면서 “현재 상황이 가장 심각한 보령댐은 내년 봄에 쓸 수 있도록 급히 지하 관수로를 설치키로 했는데 (4대강 물 활용 방안도) 비슷한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농어촌공사가 추진했던 4대강 물의 농업용수 활용 방안도 재추진될 전망이다. 농어촌공사는 2017년부터 1조원을 투자해 4개강 11개보의 물을 농업용 저수지 등으로 끌어와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4대강 물 활용을 위한 수로 공사는 단기간에 마무리될 수 있는 작업은 아니다. 당장 할 수 있는 4대강 물 활용 방안은 급수 차량 등으로 물을 실어 나르는 정도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공사 하나하나 많은 사업비가 들어가고 정상적으로는 몇 년씩 걸리는 작업”이라면서 “4대강 물을 놀린다는 비판도 많고 하니 장기적으로 활용 방안을 검토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보령댐과 백제보를 잇는 공사만 해도 625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유일호 국토부 장관도 봄 가뭄이 극심했던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4대강 보에 저수량은 꽤 되는데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면서 “중장기 대책으로 송수관 등을 더 만드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게다가 4대강 물 활용 방안이 그동안 중단됐던 4대강 지류·지천 정비사업 재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야당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관수로 공사 등을 위해 추가될 예산 논의 과정에서 여야 간 정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부패하고 경제력도 없는 4대강 사업을 반성하고 되돌리기는커녕 또다시 그 사업을 이어나가겠다는 것”이라며 “가뭄 대책으로 4대강을 활용하는 방안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민영 김경택 기자
mymin@kmib.co.kr
[당정, 4대강에 저장된 물 활용 추진 안팎] 최악 가뭄 해갈책이라지만… 野 의혹의 눈초리
입력 2015-10-15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