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발전을 위해 지원한 마을발전기금이 되레 마을 주민들간 갈등의 불씨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1차 지원금에 이어 더 많은 발전기금 지원이 결정되자 주민들간의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전이 건설 중인 서생면은 원전 지원금 2000억원의 사용 주도권을 놓고 주민들간의 다툼이 격해지고 있다.
14일 울주군과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따르면 한수원은 2010년 신고리원전 5, 6호기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서생 주민들에게 주는 1500억원의 지원금을 비롯해 고리 1호기 수명연장 350억원, 신고리 3, 4호기 출력증강 200억원 등 총 2050억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한수원은 당시 신규 원전 반경 5㎞ 내인 서생지역 21개 마을 대표로 구성된 서생면 주민협의회에게 그런 내용을 전달했다.
2009년 서생지역 21개 마을 대표들이 결성한 주민협의회는 현재 고리1호기 수명연장 가동 대가로 받는 350억원 등 원전지원금 사용처 결정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이 단체는 올해 1월부터 집행부 선출과 대표성 시비로 내홍을 겪고 있다.
신고리원전 5, 6호 유치 대가로 주민들에게 지원키로 한 1500억원이 확정되자 기존 주민협의회에서 제외된 서생면 상가발전협의회 대표 이모씨 등이 올해 2월 주민협의회를 상대로 ‘협의회 설립 무효’ 소송을 제기하면서 주민들 간 갈등이 시작됐다.
이씨 등은 “서생면주민협의회는 공고나 주민총회, 동의 등을 받지 않고 임원을 임의로 구성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달 1심 소송에서 기각되자 지난 8일 부산고법에 항소했다. 최근에는 온곡, 연산, 막곡 등 9개 마을의 구동지역발전협의회와 진하, 화정, 술마, 나사 등 8개 마을의 진하지구발전협의회가 조직정비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각종 단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것은 원전지원금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신고리원전 5, 6호 유치 대가로 주민들에게 지원키로 한 1500억원의 인센티브 등은 아직 협약서를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서생면의 한 주민은 “지금 우리 마을에서 ‘원전지원금은 눈먼 돈’이라는 말이 나돌 만큼 돈 관리가 허술하다”며 “한때 울산에서 가장 풍요로웠던 어촌마을 중 하나였던 우리 마을이 돈 때문에 황폐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울주군 관계자는 “원전이 들어서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 하다 보니 그 부작용으로 집행을 둘러싼 잡음과 낭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투명하게 집행하기 위해 다양한 집단이 참여하는 토론이 가능한 합리적인 문화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마을발전기금이 되레 ‘갈등기금’ 전락… 울주군 서생면, 2000억 원전지원금 주도권 다툼
입력 2015-10-15 0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