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도 ‘나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어려운 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가진 것을 나누는 것에서 기쁨과 보람을 찾는 이들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나눔 관련 제도와 문화는 선진국들과 비교해 여전히 후진적이다. 자발적 참여도가 아직 낮고 기부단체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도 부족하다. 기부문화 선진화를 위해서는 정부 정책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선 기부단체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관련법과 정책으로 지원·규제하는 정부의 역할 또한 긴요하다. 국민일보는 미국 영국 등 ‘나눔 선진국’의 실태와 정부 역할, 국내 나눔 문화 선진화 방안 등에 대해 7회에 걸쳐 살펴본다.
◇나눔 참여는 증가 추세, 나눔 문화는 하위권=보건복지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14 국내 나눔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부금은 2006년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3년 기부금 총액은 12조4900억원으로 2006년 8조1400억원의 약 1.5배였다. 자원봉사 참여율도 2006년 14.3%에서 2013년 17.7%로 증가했다. 기부 참여율도 같은 기간 중 2013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에서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13년 기부금은 GDP 대비 0.87%로 1%를 밑돌고 있다. 반면 미국은 2013년 GDP 대비 기부금 비율이 2.00%였고 뉴질랜드도 1.35%에 달했다.
영국 자선지원재단(CAF·Charities Aid Foundation)이 각국의 기부 금액, 자원봉사 시간, 낯선 이를 돕는 비율 등을 조사해 작성한 ‘2014 세계기부지수(WGI·World Giving Index)’에서도 한국은 135개국 가운데 60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2012년 지수 발표 때 45위보다 더 떨어진 것으로 분쟁국가인 시리아(30위)와 이라크(43위)보다도 낮다. 1위는 미국과 미얀마가 공동으로 차지했다.
세계기부지수의 분야별 순위를 보면 국내 나눔 문화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다. 한국은 자발적 나눔 참여도가 낮고 기부금도 경제 규모에 비해 적었다. 이 때문에 국내 비영리기구(NPO)들의 질적 성장과 저변 확대도 답보상태다. 대중 참여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기부금을 모으고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정부와 함께 사회 혁신을 이끄는 선진국 NPO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홍영준 상명대 가족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는 대형 국제모금단체 중심의 최루성 기부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편”이라며 “풀뿌리 기관 중심으로 일상적 기부가 이뤄질 때 선진국처럼 나눔 문화가 정착될 뿐 아니라 기부를 통한 사회 문제 해결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NPO 지원·관리부터 체계적으로=기부와 봉사 참여가 높은 ‘나눔 선진국’은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정부가 시민사회와 어떻게 협력하고 있을까. 미국 영국 등은 NPO의 자율성을 보장하되 이들의 역량 강화와 체계적 관리에 중점을 두고 관련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국세청(IRS)이 NPO들에게 표준 재무 신고 양식 ‘Form990’을 주기적으로 받아 연 수입과 지출, 운영 사업, 투자 내역 등 운영 사항을 철저히 검증해 NPO 투명성 확보에 앞장선다. 영국 정부는 비영리 분야 민간 관리조직인 자선사업감독위원회(Charity Commission)에 예산을 지원해 NPO 등록과 운영 감시, 역량 강화 활동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이 위원회의 활동은 영국 사회의 나눔 문화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이들 정부는 기부를 촉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NPO에 대한 중간지원조직도 지원한다.
전문가들은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우리 정부도 NPO의 투명성 제고와 전문성 강화, 공정성 확보를 위한 체계적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박두준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은 “기부금이 늘고 자원봉사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NPO의 사회적 역할과 투명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며 “정부가 NPO의 성과 평가 기준을 명확히 제시할 뿐 아니라 이들의 활동 및 교육, 혁신적 활동을 지원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나눔 문화 확산, 법·정책 재정비가 답이다] 기부단체 투명성 확보, 정부 역할 중요하다
입력 2015-10-15 0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