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中수출 이젠 ‘Made for China’… 상의, 중국위기 대응 보고서

입력 2015-10-15 02:28

중국발 수출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이 사업구조 개편을 서두르고 ‘넥스트 차이나(Next China)’ 전략을 마련하는 등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4일 발표한 ‘중국경제 변화와 중소기업의 대응과제’ 보고서에서 현재 우리 중소기업이 세계시장과 중국 내수 양쪽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중 수출구조가 유사해지면서 세계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중국의 성장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대중국 수출여건이 악화돼 우리 중소기업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최근 중국이 미국 독일 일본 등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과 패권경쟁에 뛰어들면서 제조대국에서 제조강국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 결과 한·중 간 수출 경합도(1에 가까우면 경쟁관계)는 2003년 0.46에서, 2013년 0.52로 상승했고, 양국 기술격차도 2012년 1.9년에서 2014년 1.4년으로 줄었다.

중국이 부가가치가 낮은 가공무역에서 탈피하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가공무역이란 중간재(원료나 부속품 등 완제품 생산에 필요한 제품)를 수입해 재가공한 뒤 수출하는 무역형태다.

한국은행도 이날 ‘중국의 가공무역 억제정책과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경제성장을 위해 1999년부터 가공무역 구조에서 탈피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수출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중국 총수입에서 가공무역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7년 50.2%에서 지난해 26.8%로 반토막 났지만 지난해 말 우리나라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73.0%나 됐다. 그 결과 2000년대에는 중국 수출 증가율이 1% 포인트 늘면 우리의 대중 수출 증가율도 0.5∼0.6% 포인트 늘었지만, 2012년 이후에는 이 효과가 절반에 그쳤다.

보고서는 “구매력 있는 중국의 중산층 인구가 2020년에는 6억명을 상회할 것”이라며 “우리 기업이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에서 ‘메이드 포 차이나(Made for China)’로의 변화 추세에 맞춰 중국 소비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세안(ASEAN) 인도 중동 등 중국을 대체할 넥스트 차이나 시장을 찾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편중 현상을 줄여야 중국발 경기둔화에 따른 국내 수출경기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이미 중국발 수출위기를 크게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가 지난 9월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중국의 경제상황 변화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절반 이상(53%)을 차지했다.

노용택 고세욱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