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이 성패의 기로에 섰다. 미국이 F-35 전투기를 한국에 수출하면서 핵심기술 이전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우리나라 미래 영공 방어를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무려 18조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사업에 필요한 기술 이전이 난관에 부닥쳤으니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방위사업청이 미국 록히드마틴사와 F-35 전투기 도입 계약을 맺을 때 핵심기술 이전에 대한 확답을 받지 못한 것은 잘못이다. 떼를 써서라도 받아내겠다고 생각한 것은 냉엄한 국제사회의 현실을 간과한 오산이다. 미국이 지난 4월 기술 이전 거부 의사를 전해왔음에도 우리 정부가 공개적으로 반박하지 못한 이유다. 하지만 지금은 방위사업청의 대미 협상 과정만을 두고 왈가왈부할 때가 아니다. 책임을 따지자면 청와대와 국방부도 할 말이 없다.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해서라도 미국을 설득해 기술 이전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보면 미국이 이전을 거부하는 AESA(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 등 4개 핵심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KF-X 사업은 성공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청와대와 국방부, 외교부가 총력적으로 나서야 한다. 다행히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국방부에서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을 만나 이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과 국방장관회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지레 포기해선 안 된다. 청와대와 외교부 당국자들은 입만 열면 “한·미동맹이 혈맹 수준이며, 과거 어느 때보다 견고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 미국 정부를 설득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우리에겐 발언권을 행사할 자격이 있다. 미국은 4개 핵심기술을 다른 우방에도 이전한 전례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한·미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제3국으로의 유출 우려만 불식시키면 끝내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우리가 수입하는 무기의 약 80%가 미국산이란 점도 강하게 어필할 필요가 있다. 기술 수준에 따라 이전 시기를 적절히 조절하는 방안도 검토해봄직하다.
정부는 미국 기술 이전이 불발에 그칠 경우에 대비해 제3국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국내에서 개발하는 방안을 짜임새 있게 준비해야겠다. 장기적으로 보면 무기체계를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최선이 아닌 이상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어떤 경우든 거액의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사업 추진 전말을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방위사업도 국민 지지를 받아야 탄력을 받는다.
[사설] 한미동맹과 KF-X사업 기술이전이 겉돌 수 없다
입력 2015-10-15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