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운용방식 다툼 탓에 국민연금기금 관리 표류할 판

입력 2015-10-15 00:04
국민연금공단이 뒤숭숭하다. 최광 이사장이 최근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에게 연임불가 통보를 하자 보건복지부가 ‘월권’이라며 최 이사장을 문책키로 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홍 본부장 거취에 따른 잡음이 공단 안팎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안의 본질은 최 이사장과 홍 본부장의 갈등이다. 최 이사장은 2013년 홍 본부장이 취임하자 중요 투자를 하기 전 자신에게 보고토록 했고, 투자 결정 전결권을 가진 홍 본부장은 상당히 불편해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또 주식과 채권 이외 다양한 투자처를 고르는 대체투자 감독권을 놓고도 이견을 보였다고 한다. 홍 본부장이 기금운영본부를 공단에서 떼어내 별도의 공사를 만들어야 된다고 주장하면서 두 사람은 결정적으로 충돌했다. 최 이사장으로서는 홍 본부장이 지시에 잘 따르지 않는 데다 보건복지부와 새누리당 의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독립 주장까지 펴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 임기 만료 한 달을 채 남기지 않고 연임불가 결정을 한 것이다.

문제는 이번 사안이 자본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금융투자업계의 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영향력이 막강하다. 500조원에 달하는 기금의 투자와 집행을 총괄하는 큰손 중의 큰손이다. 올 1분기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상장기업이 63곳에 이를 정도다.

이처럼 비중 있는 자리가 인사 문제로 흔들린다면 기금 관리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리스크는 투자자와 시장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이른 시일 내 매듭지어져야 한다. 최 이사장의 의도대로 홍 본부장이 물러난다면 당장 후임자 선임 공고를 내는 등 절차를 밟아야 하고, 복지부 방침대로 최 이사장에게 책임을 묻겠다면 시간을 끌지 말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공사화는 충분히 논의를 하되 추진할 경우 위험자산 투자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 기금 안정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철저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맡는 최후의 보루다. 내부 사정으로 기금 운용에 차질을 빚거나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해서는 결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