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으로 여는 행복] 아버지도 간암… “역경 딛고 봉사하는 삶 살고 싶어요”

입력 2015-10-15 02:12
박수진씨가 14일 강원도 강릉아산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은 아버지와 벤치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다.
“대학은 제 꿈이자 제가 숨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에요. 이 소중한 곳을 더 이상 빼앗기고 싶지 않아요.”

14일 오전 강원도 강릉아산병원에서 만난 박수진(가명·34·여)씨는 “어렵게 다시 다니게 된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도 하고, 내가 만든 음식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대접하는 꿈을 꼭 이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1년 강릉의 한 대학에 입학한 박씨는 1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더 이상 학업을 이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학업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던 그는 십수년간 낮에는 일하고, 야간에는 보육교사 교육원 등에 다니며 자격증을 취득했다. 지금까지 취득한 자격증만 제과제빵, 한식, 양식, 일식, 보육교사 자격증 등 모두 13개에 달한다.

기초생활수급비로 생계를 이어가는 그는 자신의 재능을 이용해 주말이면 도시락 봉사, 요양병원 봉사에 나서는 등 이웃사랑을 실천해 왔다.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행복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3월 그에게 자궁경부암이라는 시련이 찾아왔다. 그는 그동안 모은 돈과 빌린 돈으로 같은 해 5월 수술을 마치고 지금은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어떻게 나에게 이런 불운이 찾아올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수차례 나쁜 마음도 먹었지만 더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고 ‘다시 대학에 다녀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역경을 딛고 일어나 지난 3월 강릉의 한 대학 호텔조리과에 입학했다. 그동안 배우지 못한 설움 때문인지 1학기 시험에서 학점 4.5점 만점에 4.4점을 받아 성적우수 장학생으로 선발되는 기쁨을 누렸다.

그러나 캠퍼스의 낭만을 누리기도 전에 또다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찾아왔다. 유일한 혈육인 아버지(63)가 지난달 3일 간암 판정을 받은 것이다.

박씨는 거듭되는 불운에 자신의 소박한 꿈이 꺾이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아버지가 수술을 받았지만 완벽하게 치료하려면 간을 이식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에요. 이 순간을 잘 이겨내고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강릉=글·사진 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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