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10월 10일)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까지 이목을 집중시켰다. 집권 4년째인 김정은 정권은 이제 안착하고 공고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신호를 대내외 만방에 과시하기 위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시험을 감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이런 판단은 빗나갔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미사일 시험발사를 포기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올 연말, 또는 내년 초 미사일 시험발사에 더해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을 부정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 개선 차원에서 보면 노동당 창건 기념일 이전에 미사일 시험발사가 없었다는 것은 다행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우리가 우려했던 남북 이산가족상봉 행사도 큰 차질 없이 개최될 수 있게 됐다. 8·25합의에 따라 남북 당국 간 회담 역시 개최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은 북한 당국이 더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 기념행사 연설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인민’이라는 단어를 97차례나 사용할 정도로 ‘인민 중시’를 강조하고 나섰다. 이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도 북한 당국은 인민생활 향상에 초점을 맞추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북한 자체의 노력으로 획기적인 인민생활 향상을 도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대한민국, 그리고 중국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 없이는 인민중시 정책이 말잔치로 끝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김정은정권의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을 수도 있다. 북한에서 북·중 및 남북관계 개선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를 고려해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각종 대화를 적극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산가족상봉 행사 및 인도적 지원 활동을 적극 강화해야 한다. 정치성이 배제된 여타 민간차원의 교류도 활성화해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당국 차원의 회담도 개최해 신뢰구축을 위한 적극적인 대화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남북대화의 실질적인 확대를 위해서는 핵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성 있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 남북대화도 중요하지만 북·중 간 대화도 활성화돼야 한다.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전후해 북·중 간 외교적 밀월이 다시 시작되고 있는 듯하다.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 한·미·중 3국 협력을 기반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한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있도록 하는 외교적 노력이 요구된다. 기존 6자회담의 경우 한·미·일이 한 축, 그리고 북·중·러가 다른 한 축을 이룸으로써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는 데 실패했다. 오랫동안 중국은 그들의 전통적 혈맹국 차원에서 북핵 폐기 노력에 소극적으로 대처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 사이 북한의 핵 능력은 크게 강화돼버렸다. 이제 우리에게는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북핵이 한반도 안보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동북아와 세계평화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한·미·중의 새로운 3각 협력체계를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 중국이 북한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교류협력을 확대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압박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이를 적극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 한·미·중 협력체계를 중심으로 하되 일본과 러시아의 협력을 더하는 소위 ‘3+2’ 체계를 구축하면 북한의 태도변화를 더욱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한·미·일 삼각체계를 동시에 강화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다층적 외교전략을 구사해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시사풍향계-정영태] 한·미·중의 3각 협력체계 절실하다
입력 2015-10-15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