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병원 처치로 병든 자의 모습으로 죽기보다 사랑하는 가족들 곁에서 최대한 아프기 전 모습으로 생을 마감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영어로는 웰다잉이며, 우리말로는 잘 죽는 것에 대한 실천이다. 웰다잉에 대한 고민은 말기 암환자에게서 두드러진다. 호스피스에서 생을 마감한 암환자 수를 살펴보면 2003년 5.1%에서 2008년 6.3%, 2010년 9%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호스피스병동을 이용하는 상당수는 남은 인생의 시간을 가늠할 수 있는 암환자들이다.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 암환자들이 호스피스를 이용한다. 직장인 A씨의 아버지는 몇 해 전까지 서울의 한 대형병원 호스피스 병동에 계셨다. A씨는 “아버지께서 호스피스병동으로 오시기 전까지 정신이 온전하셨지만 점차 자식들을 알아보지 못하셨다. 아버지의 병세가 깊어진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가족들이 슬퍼했지만 아버지께서 눈을 감는 그 순간만큼은 편안한 표정이셨고 가족들도 평온했던 아버지들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온하게 자식 곁을 떠난 아버지의 모습은 남은 가족들이 이별의 슬픔을 이기는 힘이 됐다.
A씨는 의료진의 접근 방식에 놀라워했다. 죽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깨주었다는 것이다. 환자와 가족의 고통에 공감하며 여생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의 아버지가 직접 호스피스병동을 가겠다고 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료진의 이야기에 어머니를 포함해 가족들이 한 데 모여 아버지의 여생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환자 당사자는 호스피스를 이용한 사실을 모르게 했다고 한다. 이는 호스피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자리하고 있음을 짐작해볼 수 대목이다. 호스피스가 남은 생애를 인간적인 존엄성을 유지하며 임종의 순간 편안하게 맞을 수 있도록 신체적, 정서적 간호를 제공받는 곳이지만, 긍정적 정서만 형성돼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 B씨는 “호스피스 환자들이 의료진과 모두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니다”라며 “죽으러 가는 곳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호스피스 시설을 이용하는 경우 의료진의 통증 관리에도 적대적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정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말기 암환자들의 호스피스 이용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호스피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오해가 해소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호스피스병동을 이용 중인 한 환자는 “호스피스에 들어가면 금방 죽는 줄 알았다”고 말하며 “막상 와보니 의료진이 통증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준다. 죽게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해줘 환자로서가 아닌 남은 나의 인생 자체가 존중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받아드리고 치열했던 삶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말기 암환자의 경우 호스피스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말기 암환자의 호스피스 이용률이 꾸준히 느는 현실과 웰다잉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깊어질수록 국내 호스피스 시설과 전문 인력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더욱 많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의 암환자 마음읽기] 호스피스 병동은 마지막 ‘행복충전소’
입력 2015-10-19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