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 고대구로병원 이승룡 교수 “고혈압 잡듯 항암제로 폐암 조절하는 시대 도래”

입력 2015-10-19 02:36
이승룡 교수는 부작용을 줄이되 약제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치료 목표이자 전략이라고 말했다.

생존율이 낮아 여전히 공포의 암으로 불리는 폐암. 그러나 폐암은 항암제의 일종인 표적치료제의 개발이 두드러지는 암이기도 하다. 특정 유전자의 변이로 발생한 폐암이라면 표적치료제를 통해 극적인 치료 효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대구로병원 호흡기내과 이승룡 교수는 “표적치료제를 이용한 환자 상태별 맞춤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폐암의 치료율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며 “다른 장기로 전이가 일어난 폐암 환자라도 희망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암환자 중 여전히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두려워해 치료에 소극적인 환자들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항암제의 개발 뒤엔 항암제의 부작용을 다스리는 약제들의 개발도 이어져 항암치료로 고생하던 암환자들이 과거처럼 많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항암치료하면 언뜻 떠오르는 생각이 탈모, 구토, 식욕저하, 전신 무력감일 것이다. 그러나 항암제 자체의 부작용도 줄고 항암제의 부작용을 감소시키는 약제들도 다양해져 부작용을 능동적으로 감소시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환자 중 고령의 폐암환자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더욱더 항암제의 부작용에 신경을 쓴다. 동일한 약제에서 발생한 부작용이라도 환자가 겪는 고통은 고령에서 더욱 심하다. 이 교수는 “치료 중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항암치료에 따른 부작용이다. 부작용을 경험할수록 치료 의지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같은 항암제라도 환자마다 나타나는 부작용이 다르다. 부작용을 예측할 수 있어도 예외의 상황을 염두에 놓고 약제를 선택한다. 부작용을 줄이되 약제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치료 목표이자 전략”이라고 말했다.

폐암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진행된 3기 이상 환자들이다. 이는 폐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효과적인 선별검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폐암 발생 위험이 높은 고위험자는 예외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55세 이상 74세 이하의 연령에서 하루에 한 갑씩 30년 이상 흡연했다면 저선량 흉부 CT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한다. 또한 금연한지 15년 이내라면 동일한 검사 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폐암 발생 고위험자가 1년에 한번 저선량 흉부 CT 촬영을 했을 때 폐암에 따른 사망가능성이 2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약제의 개발만큼 중요한 것은 조기진단임을 강조했다.

한편 고령이면서 저소득층 가정일 경우 치료의 적극성은 더욱 낮아진다. 이 교수는 이점을 안타까워하며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의료보험 산정특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정부기관에서의 의료비 지원혜택이 다양해졌다.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지 말고 병원 내 마련된 사회복지지원 부서를 찾아 도움을 청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현대의학치료를 포기하고 효능이 입증되지 않는 민간요법에 몰두하다 보면 치료시기를 놓칠 뿐 아니라 민간요법으로 망가진 몸을 회복하기 위한 의료비가 더 많이 드는 점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환자 본인의 적극적인 치료의지만 있다면 폐암도 만성질환처럼 조절해가는 질병으로 평생 살 수 있다”며 “항암치료 도중에는 암세포가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약으로 고혈압을 조절해 가듯 항암제로 폐암을 조절하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