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어디까지 왔나… 의료비 부담은 감소, 체감도 향상은 과제

입력 2015-10-19 02:41
13일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공통적으로 고액의료비가 발생한 질환에 대해 환자의 실제 의료비 부담이 경감됐으나 그에 반해 정책 실현에 대한 국민들의 체감도가 낮은 까닭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4대 중증질환 치료에 필요한 모든 의료 서비스의 건강보험적용을 약속했다. 그리고 지난 2013년 6월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계획을 수립하고 오는 2016년까지 순차적으로 정책을 추진해가고 있다. 이에 국민일보 쿠키뉴스에서는 해당 의료정책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정책실현의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각계 전문가와 함께 토론회를 개최했다.

13일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공통적으로 고액의료비가 발생한 질환에 대해 환자의 실제 의료비 부담을 경감됐으나 그에 반해 정책 실현에 대한 국민들의 체감도가 낮은 까닭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즉 여전히 재난적 의료비 발생으로 환자와 그 보호자들이 짊어져야할 고통이 크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일시=2015년 10월 13일 오후 2시

◇참석자=정형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 김한숙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보건사무관, 김봉석 한국임상암학회 보험위원장,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진행=원미연 쿠키건강TV 아나운서

◇연출=홍현기 쿠키건강TV PD

◇방송=2015년 10월 19일 오후 7시 20분

Q.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정책은 무엇인가

◇김한숙=치료에 필요한 고액의 의료비가 발생하는 암, 심장혈관, 뇌혈관질환, 희귀난치성 질환 등에 대해 보험적용의 범위와 상한에 제한을 줄여 본인부담금을 줄이고 공단이 부담하는 정책이다.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일지라도 의학적 타당성이 인정되면 건강보험 급여 전환이 가능하다.

◇정형선=의료이용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큰 질환을 우선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을 말한다. 발생하는 의료비가 크더라도 중증질환은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비싸다고 의료를 이용하지 않기는 어렵다. 그만큼 재난적 의료비를 경험할 수 있다. 이 중 4대 중증질환에 치중한 것은 이들 질환이 비용이 많이 들면서 질환이 명확하고 국민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Q. 그렇다면 4대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국내 환자수는 얼마나 되며 의료비는 얼마나 지출되고 있는가

◇김봉석=4대 중증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수는 160만명에서 180만명으로 추정되며 이 중 암환자가 90만명으로 가장 많다.

◇김한숙=가장 최신 자료인 2013년 진료비실태조사 결과, 4대 중증질환의 의료비 총액은 10조 3465억원, 이 중 비급여(100% 환자 부담) 비용은 1조 5790억원(15.3%)이며 이 중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를 제외하고 검사, 수술, 약제 등을 위해 환자가 전액을 부담하는 의학적 비급여는 7344억원(7.1%) 차지한다.



Q. 4대 중증질환 환자들과 가족들은 해당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컸을 것 같다.

◇안기종=해당 정책은 현 정부의 임기 실천 공약이었다. 공약 내용을 살펴보면 국가가 100%, 의료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다 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모든 것은 아니지 않나. 돈이 없어 여전히 치료를 받지 못하는 국민들이 있다. 환자가 현 정책의 긍정적인 효과를 실감하는 정도는 낮다고 본다.

◇정형선=지난 대선때 여야를 막론하고 비급여 부담을 줄이겠다는 식의 발언을 넘어 보장성을 100%로 높이겠다는 식의 공약이 나왔다. 의료라는 것은 이용에 따라 한없이 팽창하는 것이다. 무상의료, 전액보장 등의 내용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공약이었기 때문에 실제 지금은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는 구체적인 대책이 수립되어 진행되고 있다.

◇김한숙=보장성 강화 정책의 취지는 고액의 의료비가 발생하는 비급여항목을 건강보험이 가능한 급여항목으로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즉 건강보험에서 보장의 의미는 가입자가 지불 능력에 관계없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경제적 부담을 낮춰주는데 있다. 따라서 100% 국가 보장은 환자 부담이 전혀 없이 전액 건강보험에서 지원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현재 건강보험에서 지원하지 않는 영역을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영역으로 흡수하겠다는 의미다. 이 때 아직 임상적 유용성이 입증되지 않았으며, 과잉의료를 유발할 수 있는 비필수적인 의료는 제외하고 환자의 진단, 치료에 꼭 필요한 필수적인 의료가 일차적인 대상이다.



Q.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 어떻게 추진되어 왔으며 향후 확대되거나 논의 중인 추가 항목들이 있는가.

◇김한숙=4대 중증질환 보장강화 계획이 수립된 2013년 6월 이후 현재까지 총 182항목의 보장 확대가 있었으며 검사/치료 수술 등을 의미하는 행위/치료재료가 76항목, 항암제 등 치료 약제는 106항목을 확대했다. 급여 검토가 짧게는 3개월에서 14개월 정도가 소요되고 적지 않은 항목을 한꺼번에 검토 중에 있기 때문에 환자 요구도가 높고, 명확한 근거가 확보된 것부터 순차적으로 준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암과 희귀질환 진단치료에 필요한 유전자검사 등이 급여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안기종=환자 부담이 20%, 10%, 5%로 낮아졌기 때문에, 실제 금액적인 측면에서 환자가 내야할 금액적인 부담을 줄어든 편이다. 그러나 치료에 필요한 검사 자체가 잦은 편이다 보니 개별 수치로 본다면 보장성을 높아졌지만 전체 지출한 의료비를 따져본다면 환자의 체감도는 낮은 편이다.

◇김봉석=암환자 중 상당수가 치료에 필요한 약이지만 보험이 되지 않아 경제적 이유로 치료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비급여 항목에서 급여로 전환된 얼비툭스 약제의 경우 이미 제네릭이 나온 뒤며 전세계에서 가장 늦게 보험을 받은 나라라고 알고 있다. 전세계 환자들이 얼비툭스의 혜택을 받은 10년 동안 우리나라 환자들은 혜택의 기회를 갖지 못했던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 최근 항암제 급여를 받은 제품들이 대부분 얼비툭스처럼 특허가 만료되거나 허가 이후 한참이 지난 약제들이 대부분이다. 허가받은 다음 빠른 급여전환이 필요하다.



Q. 보장성이 더 강화돼야 할 부분이 있다면?

◇안기종=현 정책 안에 2∼4개 질환을 더 추가해줬으면 좋겠다. 가령 신장투석과 간질환도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체감하는 의료비 부담이 큰 편이다.

◇정형선=보장성이란 것은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해주는 것이다. 정책의 실현성 측면에서 질환을 순차적으로 해주는 것이 좋으나 환자의 체감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또 4대 중증질환 만이 고액의 의료비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간이식이나 신장투석의 경우 웬만한 4대중증질환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든다. 질환으로 국한해 보장의 대상을 미리 정하는 것이 아니라 비용중심으로 가서 400만 원 이상 부담하는 질환에 대해 보장해주는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



Q. 정책 실현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의료비 경감률과 국민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

◇김봉석=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급여확대에 따른 재정 추계는 2120억원이었으나 실제 급여청구액은 437억으로 의료현장에서 나타난 급여확대 효과는 복지부 추정액의 20%에 불과했다. 즉 국가는 재정손실을 우려해 실제로 급여확대나 급여승인을 두려워하지만 이는 실제와 차이가 있고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신속한 급여전환이 필요하다.

◇김한숙=4대 중증질환 보장강화는 국민의료비를 경감하기 위한 국민 체감형 정책이므로 국민의 정책적 효과를 어떻게 느끼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분기별로 전화설문을 통해 체감도와 만족도를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가장 최근 조사에서 일반국민의 정책 체감도는 76.3%, 4대중증질환자의 정책만족도는 66%로 조사됐다.

Q. 앞으로 보장성이 확대돼야 할 부분은?

◇김봉석=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국내 허가를 받은 항암신약 26개 중 현재가지 5 품목만이 급여화가 됐다. 구 치료제보다 최근 개발된 신약의 효과가 더 좋기 때문에 의료적으로 최신 신약의 보험률을 높이는 것이 환자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차세대 면역항암제 같은 경우에도 환자의 접근성을 위해 이전 표적치료제의 급여전환보다 빨리 돼야한다.

◇안기종=폐암환자에 사용하는 크리조티닙은 급여전환까지 3년 걸렸다. 평균 9개월을 생존하는 재발성 폐암환자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신약의 혜택만을 기다리기만 한 환자들이 많다. 생명과 직결되고 위급한 질환에 대해서는 식약처 허가를 받을 때 급여전환 같이 이뤄지길 바란다.

◇김한숙=182항목 중에 106항목이 약제에 해당한다. 신약의 진입이 빠르다보니 급여전환이 상대적으로 늦어 보인다. 그러나 106항목이 약제에 해당하는 만큼 그에 대한 환자의 만족도도 약제와 항암제 부문에서 높다. 다양한 약제들이 급여전환을 위해 평가 중이다.



Q. 국민이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이 되기 위해 앞으로 논의돼야 할 부분은?

◇정형선=정부나 공단의 재정 부담만 따로 논의하는 것보다는 전체 의료비 규모와 환자의 부담을 중심으로 생각해야한다. 정부나 공단의 재정부담도 결국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국민의 부담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급여 항목의 축소 내지 규제다.

◇김봉석=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환자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낮은 편이다. 보험 급여까지 소요되는 적지 않은 시간 등 개선의 여지가 많기 때문에 사회적 공론의 장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보건당국, 학계, 제약사, 환자단체, 보험사 등 다학제적 상시위원회를 설립할 것을 제안한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