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가대 테너 파트를 맡게 되었다. 가수 김민식 임희숙 윤희정 등이 모두 성가대였다. 그날 교회에 다녀온 뒤 한 유흥주점에서 연락이 왔다. 솔로 계약을 하자고 했다. 일자리가 없는 때였다. 나는 속으로 ‘아, 성가대를 하니까 하나님이 축복하시는 건가. 먹고살라고 일자리를 주시는 건가’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주엔 교회에 갈까 말까 망설이다 일자리도 생기고 해서 한 번 더 교회에 갔다.
그 주엔 3곳에서 노래를 해달라는 연락이 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교회에 올걸.’ 하나님이 축복해주시는 것 같았다. 이렇게 나는 아내와 매주 교회에 나오게 되었다. 최성욱 전도사의 권유로 성경 공부를 하게 됐다. ‘제자훈련’ 과정이었다. ‘하나님이 말씀이시라’는 말이 무엇인지 알아갔다. 그런데 십자가 사건 앞에서 멈췄다. 그 사건이 내 사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자 성경 이곳저곳에 의심이 생겼다. ‘도대체 오병이어의 기적이 말이 되는가. 작은 떡과 물고기로 5000명을 먹였다니. 사람이 물 위를 어떻게 걷는단 말인가. 이걸 어떻게 믿는단 말인가.’ 제일 답답한 건 예수가 나를 위해 십자가를 졌다는 부분이었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예인교회에는 연예인선교단이 있었다. 구봉서 신영균 고은아 김희자 서수남 이영후 등 연예인들이 모두 이 선교단 소속으로 연합 전도집회를 다녔다. 나는 1987년 충남 태안에서 열린 전도 집회에서 찬송가 305장 ‘나 같은 죄인 살리신(Amazing grace)’을 혼자 부르게 됐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 은혜 놀라워∼.’ 그 짧은 시간 나는 주체할 수 없는 감동으로 온몸이 떨렸다.
눈물과 콧물이 쏟아졌다. 예수님이 물과 피를 흘린 십자가 사건이 나를 위한 것이고 나에게 일어나야 할 사건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성령이 임재한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예수님을 나의 구주로 받아들이고 모시게 됐다.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모든 말씀이 내 마음밭에 심어진 듯 믿어졌다. 의심이 사라졌다.
구원은 내게로부터가 아니라 하나님에게로부터 오는 성령의 역사요 ‘놀라운 주님의 은혜’가 분명했다. 성령의 임재는 나의 바람과 뜻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오직 하나님의 뜻이다. “성령으로 아니하고는 누구든지 예수를 주시라 할 수 없느니라.”(고전 12:3) 이날이 내가 거듭난 날, 성령세례를 받은 날이다. 머리에 들어온 말씀이 가슴까지 내려왔다.
성령은 곧 열매 맺는 삶으로 나타난다. 내 삶이 서서히 변화되기 시작했다. 하루를 새벽기도로 시작했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교회로 갔다. 내가 누구보다 먼저 하나님을 만나고 싶었다. “사찰 집사님, 부탁이 있습니다. 예배당 문 열쇠를 복사하고 싶습니다. 일찍 나와서 기도를 드리고 싶어서요.” 나는 사찰 집사에게 열쇠를 얻어 복사를 했다.
가장 먼저 교회 문을 열고 들어가 기도를 했다. 뜨거운 마음이 내 안에서 일어났다. 하나님께 감사했다. 그 많은 가수 중에 ‘나훈아’도 ‘조용필’도 아닌 나를 택하시고 자녀 삼으시고 은혜 베푸신 것이 너무나 감사했다. 지난 40년 세월은 내가 나의 주인이 되는 삶이었다면 앞으로는 예수님이 나의 주인 되는 삶을 살고 싶었다.
내가 하나님의 자녀로, 예수님의 종으로 사는 길이 무엇인가 고민했다. 나는 매일 새벽기도를 했고, 주일에는 교회 성가대에 섰다. 성가대에 서면서 복음성가라는 장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주여 이 죄인이’가 교회에서 한창 인기였다. ‘나도 명색이 작곡가인데…. 이제 하나님 믿게 됐으니 복음성가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같은 교회 이영후 장로에게 작사를 부탁했다.
정리=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역경의 열매] 장욱조 (10) ‘나 같은 죄인…’ 부를 때 갑자기 쏟아진 성령세례
입력 2015-10-16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