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자 치료는 1946년 미국 핵물리학자 로버트 윌슨 박사가 최초로 환자치료를 제안한 후 1955년 미국 버클리방사선연구소에서 시작됐다. 수십 년 동안 의료용이 아닌 핵물리연구소의 양성자가속기가 치료 겸용으로 사용돼 왔다.
양성자치료는 방사선 치료의 일종이다. 양성자는 원통형 가속장치인 사이클로트론(Cyclotron)을 이용해 빛 속도의 60%(1초에 지구를 4.5번 돌 수 있는 속도)로 수소원자의 핵(양성자)을 가속시켜 암 치료에 이용한다. 가속된 양성자선은 몸속을 통과하면서 암 부위의 앞에 있는 정상 조직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다가, 암 조직 부위에서 최고의 에너지를 쏟고(일명 브래그 피크) 바로 소멸하는 특징이 있다. 암 조직 뒤에 있는 정상조직은 방사선 노출이 없어 정상조직 손상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암 부위를 집중적으로 파괴하면서 부작용은 줄이고 치료효과는 높이는 방법이다. 통과하는 경로에 있는 모든 조직에 손상을 주는 기존 방사선(X-선) 치료법과 달라 ‘꿈의 치료기’로 부르기도 한다.
양성자 치료를 시행하는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는 기존 양성자치료기보다 정밀한 치료가 가능한 최신 장비를 도입했다.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기는 양성자 입자를 가속시키는 가속기와 가속된 양성자 입자를 치료실로 전달하는 긴 통로(전달 장치), 환자에게 양성자선을 쬐어 치료하는 치료실로 구성된다. 현재 치료실은 회전식 2기, 고정식 1기 등 모두 3기로 구성된다.
양성자 치료 대상 암은 기존 방사선 치료가 가능한 모든 경우에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장기 등으로 퍼지지 않은 상태로 특정 부위에 덩어리를 형성하고 있는 암(고형암)에서 치료효과가 가장 높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은 폐암, 간암, 자궁경부암, 직장암 및 두경부암 등의 치료에 효과적으로 이용된다. 백혈병, 림프종 등 혈액암 혹은 전신질환에 속하는 암일 경우에는 양성자 치료대상이 되지 않는다.
양성자치료는 암 부위를 정확하게 조준하여 에너지를 쬐기 때문에 매우 안전하며, 식욕부진, 설사, 두통 등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환자들은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어 기존 방사선치료를 받은 환자들보다 삶의 질이 높다. 치료과정은 신속하고 고통이 없다. 양성자치료를 받는 시간은 1회 약 20∼30분 정도로, 실제 양성자선이 환자에게 쬐어지는 시간은 2∼3분에 불과하다.
국립암센터는 양성자 도입비와 유지보수 등 막대한 비용이 투입됐지만, 운영 합리화를 통해 가급적 많은 국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저렴하게 치료비를 책정했다. 양성자 치료비는 2015년 9월부터 건강보험 요양급여가 확대 실시돼 18세 이하 소아종양, 복부암(간암 포함), 뇌종양, 두경부암 (안구종양 포함), 폐암, 방사선치료 부위 재발암 등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보험 급여 실시로 환자 1인당 부담하는 치료비는 100∼800만원으로 질환과 치료 횟수에 따라 차이가 있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세 군데의 치료실에서 약 15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총 3만1554건의 치료를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국립암센터는 “양성자치료기 도입을 계기로 양성치료 대상 환자 거의 모두를 임상연구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며,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를 양성자선을 이용한 암 임상연구의 중심 국가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
[암과의 동행] 양성자 치료란, 암 부위 정밀 타격… 방사선 부작용 걱정 없애
입력 2015-10-19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