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 무늬만 보장성 강화… 항암제 비급여 ‘강 건너 불구경’

입력 2015-10-19 02:39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4대 중증 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이 무늬만 ‘보장성 강화’라는 지적이다. 실제 암, 희귀질환 등 중증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이 크게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4∼5년간 건강보험재정이 16조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나, 정작 건강보험 보장율은 계속해서 하락세다. 이에 따라 중증질환 환자 등 경제적 지원이 절실한 환자들을 위한 보장성 강화에 더욱 많은 투자를 하는 방향으로 건강보험 재정운용 관리를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국회예산정책처(2014 회계연도 결산분석 종합)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2010년까지는 적자와 흑자를 반복했지만, 2011년부터 4년연속 당기수지 흑자가 이어져 2014년말 기준 누적수지 흑자는 12조 807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약 4조원의 흑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렇듯 사상최대의 흑자기록 행진에도 불구하고 연도별 건강보험 보장율은 2009년(65%)에서 2010년(63.6%), 2011년(63%), 2012년(62.5%), 2013년(62%)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이 같은 우리나라의 건보 보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보장률 78%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은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남인순(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가장 핵심적인 목표 중의 하나로 건강보험 보장률을 2025년까지 70%로 확대하기로 했는데, 이는 공단이 2012년 80%까지 확대하겠다던 목표에서 후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정부에서 보장하지 못하는 비급여는 국민들의 진료비 부담을 가중시키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의 실질적 효과를 정체시키는 주요 원인”이라며, “실질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비급여 진료비의 현황을 세부적으로 파악하고 적절한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항암제에 대한 비급여 부담 문제는 최우선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2010년 항암제 급여범위를 확대하기로 결정하고 같은해 10월부터 적용했다. 당시 복지부는 항암제 급여확대에 연간 2120억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고 건정심에 보고했다. 그러나 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0∼2014년 건강보험 급여확대 항목별 추계 및 연도별 실지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급여확대에 따른 재정추계는 2120억원이었던데 반해 2014년 급여청구액은 437억원에 불과했다. 결국 실제 의료현장에서 쓰이는 재정은 정부가 예상한 재정추계의 약 20%에 불과한 것. 정부의 급여확대가 말 뿐이라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암은 우리나라 주요 사망원인 중 1위로, 치료 과정에서 가계가 부담하는 비용도 상당해 그 가족과 당사자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는 질병이다. 실제 4대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의 하나로 암질환이 포함돼 있지만, 여전히 혁신적인 신약을 필요로 하는 암환자 중 상당수는 보험급여를 통한 약물복용의 기회도 가져보지 못하고 있다.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아예 포기하고 있는 환자들도 많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건강보험제도는 국민의 건강을 통해 행복한 복지사회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보험은 소득재분배의 역할도 일부 있다. 따라서 질환에 상관없이 가입자들의 치료보장성을 담보하는 형평성과 함께 남아있는 16조 흑자를 실제로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아예 포기하거나 아니면 보험이 안되는 치료를 받아 경제적 파탄을 겪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4대 중증질환 보장성강화 정책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항암제는 건강보험제도 내에서 충분히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비급여로 공급된 항암제 약품비는 최대 2110억 원으로 추정되면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 증가가 우려된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