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 노인 위협하는 다발골수종… 뚜렷한 증상 없어 조기진단에 어려움

입력 2015-10-19 02:46
민창기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다발골수종은 초기에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서서히 출현하기 때문에 보다 나은 예후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조기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모씨(67)는 2년 전부터 허리에 통증을 느껴 동네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3개월 간 꾸준히 치료를 받았으나 통증에 차도가 없어, 답답한 마음에 한방치료도 병행했다. 통증은 더 악화됐고, 결국 대형병원에서 MRI촬영과 혈액검사를 받아다. 김씨의 진단명은 ‘다발골수종’. 김씨는 다발성 골수종이 상당히 진행돼 뼈의 통증이 지속되는 상태였다.

◇65세 이상 주로 발병, 노인성혈액암 ‘다발골수종’=다발골수종은 주로 뼈에서 통증이 발생하기 시작해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혈액 내 세포에 이상이 생겨 발병하는 혈액암이다. 다발골수종은 뼈, 신장 등 신체 내 다양한 장기를 침윤하고, 이로 인해 뼈의 통증, 신부전, 빈혈과 출혈, 감염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원인은 명백하게 밝혀진 것이 없지만, 방사선이나 특정 화학물질, 면역력약화 등이 꼽힌다. ‘노화’는 다발골수종과 연관이 확실하게 나타나는 위험인자로, 국내의 경우에도 50대 이상 환자가 전체 환자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다발골수종은 치료하지 않을 경우 1∼2년 만에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하지만 발병 후에도 별다른 증상이 없는 기간이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쉽지 않다. 또한 환자의 자각 증상이 나타난다고 하더라고, 뼈의 통증, 피로감, 잦은 감염이나 골절 등 다른 노인성 질환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다발골수종으로 진단되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는 노인들도 상당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민창기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다발골수종은 초기에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진단 시에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보다 나은 예후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고령 환자 중 뚜렷한 원인 없이 잦은 피로감이나 무력감, 뼈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라면 정밀 혈액 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특히 다발골수종 유병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 앞으로도 증가세는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한국다발골수종연구회에 따르면 국내 다발골수종 유병률은 지난 30년간 30배 늘었다. 환자수 급증은 진단 기술 발전에도 원인이 있지만, 실제 노인 인구 증가가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민창기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다발골수종을 치료받고 있는 환자는 약 6500여명으로, 이는 10년 전에 비해 약 2배에 달한다. 한국의 고령화 진행속도가 세계에서도 가장 빠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다발골수종 환자 수는 현재의 2배까지 더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치료법 발달로, 이제는 ‘만성질환’처럼 관리해야=다발골수종은 불치의 병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1980년대 조혈모세포이식수술 발달과 함께 2000년대 중반 표적치료제가 개발되면서 환자 기대수명이 5년 이상으로 연장돼 생존율이 크게 향상됐다. 국가암통계에 따르면 2010년 기준 다발골수종의 5년 생존율은 35% 이상으로, 표적치료 도입 전인 2000년도에 비해 15% 이상 증가했다. 민 교수는 “다발골수종은 조혈모세포이식수술을 받은 환자의 일부에서 완치도 가능하다. 이식이 어려운 환자들이라도 꾸준한 표적항암제 치료를 통해 관리해 나간다면 완치와 다름없는 장기 생존이 가능한 암이다. 표적치료제를 포함한 다양한 병용요법의 효능이 입증된 만큼 충분히 만성질환처럼 관리가 가능하고 실제 10년 이상 생존하는 환자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발골수종 환자라면 뼈가 약해져 있어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과격한 운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 면역력이 저하돼 있기 때문에 예방접종 등 개인위생에 더 주의를 기해야 한다. 항암치료 중에는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해야 하며, 한약이나 건강보조식품은 치료제와 상호 작용할 수 있으므로 의료진 상의 하에 복용해야 한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