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신림동 고시원 살인극

입력 2015-10-14 03:16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원에서 대낮에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30대 주민이 50대 주민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그는 피 묻은 흉기를 손에 들고 인근 치안센터로 걸어가 경찰에 범행을 알렸다.

1평 남짓한 공간에서 팍팍한 삶을 이어가던 두 사람 사이에는 별다른 교류가 없었다고 한다. 눈에 띄는 일을 한 적도 없다는데 한 사람은 살인자, 한 사람은 싸늘한 시신이 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13일 낮 12시55분쯤 관악경찰서 대학동치안센터로 피 묻은 흉기를 든 윤모(35)씨가 들어섰다. 그는 10분 전쯤 치안센터에서 400m 떨어진 고시원의 4층 공동 주방에서 박모(57)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렀다고 했다.

5층 건물의 3, 4층에 있는 고시원에서 윤씨는 3층, 박씨는 4층에 살고 있었다. 윤씨는 범행 직후 흉기를 든 채 치안센터까지 걸어갔다. 고시원 아래층에 있는 학원과 1층의 횟집을 지나쳤다. 고시원 주민 최모(34)씨를 보고는 “경찰에 신고하라”는 말도 했다.

범행 동기는 아직 미궁에 빠져 있다. 윤씨는 스스로 경찰에 범행을 알리고도 왜 그랬는지 밝히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윤씨가 흥분해 횡설수설하고 있다. 심신이 불안정한 상태라 안정을 찾게 한 뒤 진술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닥다닥 붙은 방에서 16∼18명이 생활하는 곳이지만 이들의 사연을 아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피살된 박씨는 이 고시원에서 혼자 산 지 1년이 넘었다. 주민들은 그가 기초생활수급자인 것 같다고 말했을 뿐 어떻게 생계를 이어갔는지, 가족은 있는지 잘 모른다고 했다. 그저 조용하게 지냈다고 했다. 윤씨는 고시원에 온 지 한 달 정도 됐다. 주민들은 “사건이 나고 경찰이 찾아와서 알았지, 윤씨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평소 교류가 없던 두 사람 사이에 원한이 있었을 가능성은 낮다. 3층과 4층에 살았지만 바로 위아래 방이 아니어서 층간소음 문제도 아닐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주민들은 “박씨와 윤씨가 만나는 모습을 본 적도 없는 것 같다”고 했고, “윤씨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