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13일 뜨거워지고 있는 국정 교과서 논쟁과 관련해 “교과서 내용을 보고 비판하라”고 밝혔다. 논쟁은 정치권 몫으로 돌리고 ‘교과서의 질’로 승부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선 벌써부터 ‘대안 교재’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교육부가 “국정화 취지를 거스르는 행동을 좌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히면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학교 현장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제대로 만들어질까=교육부가 밝힌 ‘국정화 로드맵’을 보면 빠듯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다음 달 5일 교과서 발행체제를 정하는 ‘구분고시’가 확정고시된다. 이후에 집필진 구성 방식 등이 담긴 국정 교과서 관련 기본계획이 발표된다. 다음 달 말까지 공모·위촉 등으로 집필진을 꾸려 교과서를 만들기 시작해 내년 10∼11월 심의본을 완성한다. 이어 일반에 공개하고 감수·현장 적합성 검토(12월) 등을 거쳐 2017년 학교 현장에 뿌린다는 구상이다. 이 로드맵대로라면 교과서 집필 기간은 불과 1년이다. 짧은 집필 기간 때문에 ‘날림’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교육부는 제작 기간보다 작업 밀도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교과서 집필진에게 집필 작업은 ‘주업’이 아니라 ‘부업’에 가까웠다. 통째로 역사 교과서를 새로 쓰는 게 아니라 논란이 된 근·현대사 부분에만 공을 들이면 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적어도 지금처럼 마치 부업하듯 가끔 모여서 책을 만드는 게 아니라 밀도 있게 작업하도록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며 “‘전담 집필진’을 구성하는 것도 국사편찬위원회 등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별도 교재로 가르치겠다” vs “좌시하지 않는다”=교육부는 ‘편향’ 교과서가 나올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목이 집중된 교과서가 특정 이념 성향이 비상식적으로 강조되기 어렵다는 논리다.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역사학자 위주로 집필진을 구성하고 보수와 진보 측에 사안별로 의견을 구해 집필하도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노·장·청년세대를 아우르는 ‘중도 역사학자’ 30∼40명을 섭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집필진으로 참여했다가 ‘어용학자’로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진보 진영의 표적이 되는 것도 부담이다. 서울지역 대학의 한 교육학과 교수는 “이번 국정화는 현재 교과서를 ‘좌편향’으로 규정하고 시작됐다. 이번엔 보수 쪽 시각이 많이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선 ‘대안 교재’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 등 진보 교육감들은 대안 교재로 국정 교과서에 맞불을 놓을 계획이다. 15일 강원도에서 열리는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이 문제가 안건으로 오를 예정이다. 울산·경북·대구 등 보수 성향의 교육감을 제외한 진보 성향 교육감 14명이 국정 교과서에 부정적이어서 회의 결과에 따라 ‘교육부 대 진보 교육감’이라는 대립 구도가 재연될 수도 있다.
교육부는 서둘러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교육부 관계자는 “관련 법령을 검토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현행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 17조를 보면 학교장이 인정 교과서를 국정이나 검정 교과서를 대신해 선정·사용해서는 안 된다. 다만 보조 교재 형식이라면 교사 수업권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교육부는 보충교재가 교육기본법상 정치적 중립 규정을 위배하는지 검토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교사 ‘사상 검증’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된다.
세종=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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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14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