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대 유사수신 사기범 조희팔(58)의 최측근이자 2인자였던 강태용(54)씨 검거로 조씨의 생존 여부와 비호세력 존재 등 진실 규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조희팔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검은 강씨가 송환되는 대로 조씨의 사망 위장 의혹과 정관계 로비 의혹을 철저하게 수사할 방침이라고 13일 밝혔다.
검찰은 우선 조씨 조카와 조씨 측근 사이에 이뤄졌다는 통화 내용을 다시 뜯어보고 있다. 2012년 2∼3월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이 통화에서 조카는 “삼촌(조희팔)이 노발대발하고 있다”는 식으로 조씨가 살아 있는 듯 이야기하고 있다. 통화 시점은 경찰이 밝힌 사망 시점보다 수개월 뒤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이 통화 내용이 과거 수사 자료에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당시에는 중요하게 검토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 다시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조씨 조카가 통화에서 새로운 전·현직 검사 3명의 이름을 거론한 것으로 나타나 조씨가 사망 위장 후에도 검경 등에 로비를 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검거된 강씨의 과거 전력도 주목된다. 강씨는 고교 동창인 김광준(54) 전 부장검사에게 2억7000만원, 오모(54) 전 검찰 서기관에게 15억8000만원 등 18억원이 넘는 뇌물을 줬다. 또 대구 동부경찰서 근무 당시 강씨에게 56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안모(46) 전 경사가 지난 8월 20일 붙잡히기도 했다.
검찰은 조씨의 사망 미스터리를 촉발시킨 경찰 발표 과정도 다시 들여다볼 방침이다. 경찰은 중국으로 도피한 조씨가 2011년 12월 돌연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2012년 5월 발표했다. 경찰은 증거로 조씨의 응급 진료 기록과 사망진단서, 화장증, 장례식 동영상 등을 공개했지만 이후에도 조씨를 봤다는 목격담이 이어졌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조씨가 사망했다고 할 만한 과학적 증거는 없다”며 “당시 중국 공안이 보낸 자료를 토대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던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조희팔 사망 발표 후에도 지명수배가 유지되고 있다”며 “조희팔이 살아 있다면 누군가와 접촉하는 등 이른바 ‘생존 반응’이 감지됐을 텐데, 지난 3년간 이 같은 정황이 없었다”고 말했다.
조희팔 피해자 모임인 ‘바른가정경제실천을 위한 시민연대’ 관계자는 “조희팔을 비호했던 조직폭력배, 엘리트 집단 등의 믿을 만한 첩보가 활발하게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상하이주재 한국총영사관은 이날 중국 장쑤성 공안 당국으로부터 강씨 검거 사실을 최종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무부와 중국 공안부는 강씨 송환을 위한 일정 및 절차 협의에 들어갔다. 강씨는 현재 우시 공안국에 구금돼 있다.
상하이총영사관 관계자는 “강씨는 2009년부터 중국에 불법 체류해온 상태”라며 “강씨가 한국에서 중요 수배자로 올라있는 만큼 중국 정부가 한국에 협조적인 자세로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경찰청장 “조희팔 사망 과학적 증거 없다”
입력 2015-10-14 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