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가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을 사실상 포기했다. 다음 회의 일정도 잡지 않고 “국회가 정치적 결단을 발휘해 달라”며 국회로 공을 넘겼다. 여야는 여전히 지역구·비례대표 의석수 비율에도 합의하지 못한 채 지루한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김대년 획정위원장은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할 법정기한(10월 13일)까지 소임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원 간 의견 불일치에 따라 합의점을 찾아내기에 한계가 있었다”며 “내년 국회의원 선거가 차질 없이 치러지도록 국회가 정치적 결단을 발휘해 주기를 국민과 함께 기대한다”고 했다. 획정위는 추가 회의 일정도 잡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획정 기준과 의원정수 부분을 합의해 획정위에 넘겨준다면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획정위는 지난 8일 ‘11시간 마라톤 회의’를 포함해 12일까지 닷새 동안 네 차례 회의를 열었다. 법정 기한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농어촌 지역대표성 확보 방안에 대해 획정위원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강원·전남·경북 지역 의석 배분과 자치구·시·군 일부 분할 방안을 확대 적용하는 문제가 쟁점이었다. 쟁점마다 여야 추천 위원들이 반쪽으로 갈려 대립했다. 다수결 의결에는 위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의결 강행도 불가능했다. 사상 처음으로 독립기구로 출범한 획정위가 여야의 압력에 휘둘리면서 ‘무용론’이 나왔다.
획정위가 국회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여야의 선거구 획정 논의는 각자의 이해관계가 달라 ‘장기전’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농어촌 지역대표성 확보를 위해 “지역구 의석수를 현행(246석)대로 유지하면서 농어촌 지역에 배분할 의석을 5∼6석가량 확보할 수 있는 복안이 있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의원정수를 고정하고 지역구 의석을 13석 늘리는 ‘259석 방안’을 거듭 주장했으나 최근 4석 정도로만 지역구 의석 숫자를 늘리는 ‘250석 방안’ 등 여러 가지 절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절충안 내용에 따라 여야가 획정 기준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힐 가능성도 있지만 세부안을 조율하고 기준을 확정하는데 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관측이 나온다. 선거구 획정 국회 처리 시한인 다음 달 13일까지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동성 권지혜 기자 theMoon@kmib.co.kr
여야 눈치보며 쟁점마다 대립·갈등 결국 ‘빈손’… “죄송” 고개 숙인 획정위
입력 2015-10-14 0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