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여권은 왜 ‘역사 전쟁’ 나섰나] 올해 넘기면 ‘失期’… 朴心, 국정화 확고

입력 2015-10-14 02:03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역사교육 정상화가 국민통합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발로 당장은 국론분열상만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정부 하반기 국정운영의 핵심 과제인 노동개혁 관련 법안 처리를 위해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시점에서 여권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13일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개혁 이슈보다 역사 교과서 정상화에 대한 신념이 훨씬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역사 교과서 정상화에 대한 대통령의 주문은 오래전에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민족문제연구소가 만든 ‘백년전쟁’이라는 동영상이 박 대통령의 결심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있다. 일부 원로들이 박 대통령에게 이 동영상이 이승만·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을 친일파로 묘사하고 있다고 지적한 게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수 결집을 노린 것이라는 정치공학적 해석을 내놓는다. 역사 교과서 논란이 이념 논쟁으로 번질 경우 내년 총선을 ‘박근혜정부 중간평가’가 아닌 ‘보수 대 진보 간 대결’ 구도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얘기다.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교육부에선 역사 교과서 검정체계 강화를 고려했다. 하지만 소송 남발 가능성 등 현실적인 문제로 이 방안은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특보인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당초 정부 내에서 검인정 강화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다양한 논의를 거쳤으나 교학사 사태와 같이 현장에서 갈등이 커지고 학생들의 다양성을 제약하는 현실이 있었다”고 말했다. 검정체계에 대한 불신도 컸다. 같은 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좌편향으로 단일화가 이뤄진 지금의 검정제도로는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했다.

여권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 속도전에 나선 것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추진 시기가 늦춰졌기 때문이다. 집필 기간을 고려할 때 국정화 추진 결정이 올해를 넘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 역사 인식을 바꾸지 않을 경우 ‘문화권력’을 장악한 진보 진영에 정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새누리당 한 재선 의원은 “좌파 역사인식을 담은 서적인 ‘해방전후사의 인식’의 영향을 받은 인사들이 문화계 전반을 장악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도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새누리당이 버틴 것은 50대 이상 어르신들 덕분이었으나 좌파 역사교육을 받은 세대가 유권자 중심으로 등장할 경우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좌파적 시각의 역사교육이 ‘정통성은 북한에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는 우려 역시 여권의 ‘역사 전쟁’ 이유 중 하나다. 여권 관계자는 “이승만정부 초대 내각은 항일운동가들이 다수였고, 북한의 김일성정권은 친일파가 대부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좌파 사관은 ‘정통성은 친일 청산을 잘한 북한에 있다’는 잘못된 역사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고 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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