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연주자와 팬에게 음향은 매우 중요하다. 잔향 등 음향효과에 따라 연주 자체가 달리 느껴지고 그만큼 감동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귀가 예민한 연주자와 팬이 좋아할 만한 고품질 음향을 갖춘 클래식 연주 공간 2곳이 10월 서울에서 잇따라 개관한다. 오는 16일 이태원에 문을 여는 스트라디움과 27일 개관하는 금호아트홀 연세다.
스트라디움은 한때 mp3로 시장을 휩쓸었다가 몇 년 새 고급 오디오로 재도약한 아이리버가 만든 음악문화공간이다. 명품 현악기 스트라디바리우스와 음악당을 의미하는 오데움(odeum)을 합성한 것으로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란 자부심이 담겨 있다. 지상 4층, 지하 1층에 고품질 음향시설을 갖춘 스튜디오와 감상실, 갤러리, 라운지 등으로 구성됐다.
연주와 녹음이 가능한 스튜디오는 영국 애비로드 스튜디오 설계자 샘 도요시마가 설계와 감독을 맡았다. 공연 콘셉트에 따라 악기 위치나 객석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지난 9일 피아니스트 이루마의 정규 9집 앨범 ‘피아노’ 발매 쇼케이스에서 음악계 관계자들에게 처음 공개됐는데, 음향이 예사롭지 않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엄밀히 말해 스트라디움은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은 아니다. 감상, 토크쇼, 전시 등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해 프로그램 역시 다양하다. 하지만 악기 본연의 울림을 살려내는 데 최적화된 스튜디오의 경우 연말까지 클래식 공연과 어쿠스틱 라이브 콘서트로 프로그래밍돼 있다.
17일 한국 아티스트로는 처음 베르비에 뮤직 페스티벌에서 리사이틀을 열었던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을 시작으로 피아니스트 임동혁, 아벨 콰르텟, 테너 김세일, 박종화 등 클래식계 젊은 스타들의 연주가 예정돼 있다. 기타 앙상블 피에스타, 프렐류드 등 재즈부터 라틴음악까지 라이브 무대도 마련됐다.
금호아트홀 연세는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이 100억원을 기부해 연세대 백양로에 건립된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이다. 390석으로 실내악 연주에 탁월한 음향을 갖추고 있는 광화문 금호아트홀과 같은 설계로 이루어져 있다.
운영은 연세대에서 맡지만, 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기획 등을 지원한다. 개관과 동시에 다음달 18일까지 3주간 8회에 걸쳐 국내외 유명 음악가들을 초청해 ‘개관 음악제’를 연다. 스타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한국인 최초 우승자 임지영의 개막 공연을 비롯해 만돌린의 거장 아비 아비탈의 무대, 독일의 두 팔 없는 호른 연주자 펠릭스 클리저의 첫 내한 독주회가 이어진다.
연세대와 일본 도쿄예술대학의 자매결연을 기념하는 콘서트도 열린다. 첼리스트 양성원을 필두로 한 연세대 음대 교수진과 도쿄예대 학장이자 일본의 대표적 바이올리니스트 사와 가즈키 등이 나란히 무대에 선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 음악들을 만날 수 있는 공연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클래식 음악, 재즈, 그리고 비틀스’도 기다린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고품질 음향시설 갖춘 공연장 개관 잇따라
입력 2015-10-14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