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뜬 ‘경찰인권센터’… “억울한 경찰관 달래주는 곳” 개설 보름도 안돼 가입자 1만명

입력 2015-10-14 02:36
‘억울한 경찰관을 달래줄 곳, 어디 없을까.’ 이런 생각을 품은 경찰관이 많았던 모양이다. 경찰 권익 향상을 표방한 ‘경찰인권센터’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둥지를 틀자 기다렸다는 듯 보름도 안 돼 가입자가 1만명에 육박해가고 있다.

이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길에서 골판지를 덮고 새우잠을 청하는 경찰관 사진, 취객에게 밤새 시달린다는 파출소 순경의 하소연 등이 올라온다. 가입자 대부분은 경찰 조직의 변화를 바라는 경감 이하 일선 경찰관이다.

13일에는 ‘현장 경찰관들이 한 명의 교통위반자를 단속하기 위해 어떤 모욕을 감내하고 있는지 경찰청장과 고위관리자들은 똑똑히 들으라!’는 글과 함께 녹음파일이 올라왔다. 현장에서 직접 녹음했다는 파일에는 경찰관을 향한 욕설이 가득 담겨 있었다.

경찰인권센터는 경찰 근무 환경 개선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우선 밥 먹듯 야근하면서 초과근무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나섰다. 과도한 업무 지시나 무리한 감찰 등을 ‘감시’하고, ‘경찰 노조’ 격인 경찰 내 직장협의회 설립도 추진하려 한다. 가입자로부터 5000원씩 입회비를 받아 운영비용을 충당할 계획이다.

경찰인권센터는 장신중 전 양구경찰서장이 주도해 만들어졌다. 장 전 서장은 현역 시절 경찰청 인권보호담당관과 경찰혁신기획단 상임연구관을 지냈다. 그는 13일 “경찰 권익 향상과 더불어 경찰 조직의 건전화와 유연화의 밑거름이 되려 한다”며 “문제가 발견되면 소송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전 서장은 경찰 조직 건전화를 위한 작업 중 하나로 간부들의 비일비재한 논문 표절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고 했다. 고위 간부들의 박사학위 논문을 대상으로 표절 여부를 직접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언론도 겨냥하고 있다. 올바른 비판은 기꺼이 받아들이지만 비난을 위한 비난, 사실과 다른 보도는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선 경찰관 반응은 아직은 ‘기대 반, 체념 반’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지구대 경찰관은 “권익 향상에 보탬이 되리라 생각해 가입했다. 하지만 경찰 조직 문화가 쉽게 바뀌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